정신질환자를 비하해 '사이코'라 표현하기도 한다. '사이코패스'에서 나온 말이다. 사이코패스의 의학적 병명은 반사회적 인격장애. 수많은 정신질환 중 하나다. '정신질환자=사이코'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런 잘못된 인식이 모든 정신질환자를 예비 범죄자로 바라보게 한다는 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실제로 보건복지부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이 2007년 만 15~69세 국민 1,04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76.6%가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난해 대검찰청이 내놓은 범죄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오히려 보통 사람의 10분의 1도 채 되지 않는다. 2010년 한 해 일어난 전체 범죄 110만8,307건 중 보통 사람이 저지른 건 53만2,929건, 정신질환자는 4,136건이었다. 보고서는 정상인의 범죄율은 약 1.2%,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0.08%로 분석했다. 특히 살인이나 강도, 방화, 강간 같은 강력범죄율은 보통 사람이 정신질환자보다 3배 정도 높았다. 정신질환자를 무조건 위험한 사람으로 모는 건 부당하다는 얘기다.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는 범죄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정신질환으로 대다수 전문의들이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꼽는다. 연쇄살인이나 성폭력, 방화처럼 불특정 다수에게 계획적으로 피해를 입힌 범죄자들 중엔 반사회적 인격장애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범죄행동과 다른 정신질환자의 이상행동은 구분돼야 한다고 전문의들은 강조한다. 우울증이나 조현병, 강박증 같은 대부분의 정신질환자는 오히려 소심하고 움츠러들며 타인보다 자신을 괴롭히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우발적으로 이상행동을 했어도 기억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의학적으로도 다르게 분류된다. 우울증이나 조현병, 강박증 등이 뇌의 생리학적 기능 이상으로 생기는 1축 정신질환인데 비해 반사회적 인격장애는 유전이나 환경의 오랜 영향으로 만들어지는 2축 정신질환이다. 대인관계에 관심이 없거나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성격이나 인격장애들이 2축에 포함된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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