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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예방시대

입력
2012.09.24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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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즐겁기만 한 대학 새내기 시절 정혜란(가명ㆍ18)씨는 점점 우울해졌다. 새로운 환경과 친구들이 왠지 낯설어 학교에 가기가 싫었다. 그러다 우연히 서울청년클리닉을 찾았다. 상담과 뇌 검사 결과 정씨는 '정신증의 임상적 고(高)위험군'으로 판단됐고, 6개월~1년마다 정기적으로 검사와 치료를 받으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정씨는 아직 정신질환자는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정신질환을 앓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의료진이 판단해 실제 환자가 되기 전에 미리 관리하며 진짜 병으로 진행되지 않게 도와주는 것이다. 서울청년클리닉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이 같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정신질환도 다른 병처럼 미리 예방하자는 시도다.

정신질환 예방 연구가 가장 앞서 있는 곳은 호주 멜버른대다. 10여 년 전부터 증상이 정신질환 진단기준에 당장 들어가진 않지만 조만간 들어갈 걸로 보이는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쪽은 바로 치료를 시작하고 다른 한쪽은 치료 없이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 그 결과 미리 치료받지 않은 그룹은 1, 2년 사이 약 50%가 정신질환 진단기준에 들어갈 정도로 증상이 발전했지만, 미리 치료한 그룹은 15%만 발병했다. 서울청년클리닉은 이 같은 연구들을 근거로 약한 정신질환 증상을 경험했거나 가족 중 정신질환자가 있는 사람 140여명을 모집해 정기적으로 약을 처방하거나 상담하거나 각종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어느 정도까지를 발병 가능할 '전구증상'으로 볼 것인가다. 정신질환 예방 연구자들은 최근 4년여 논의 끝에 정신질환 전구증상을 '약한정신증신드롬(APS)'이라는 이름으로 내년에 개정될 국제정신질환진단기준(DSM)-Ⅴ의 보충자료로 수록하는데 합의했다. 그러나 진단받지도 않은 사람을 미리 관리한다는 건 예비 정신질환자로 낙인 찍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다. 호주와 미국, 네덜란드, 일본과 함께 APS 연구를 하는 권준수 서울청년클리닉(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진짜 발병 가능성이 큰 전구증상을 명확히 가려낼 수 있어야 이 같은 우려도 줄이면서 잠재 환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전구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좀더 연구를 진행한 뒤 정식 DSM으로 확정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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