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연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우리 군은 이 같은 움직임이 1999년 제1 연평해전 발발 직전과 비슷하다고 보고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23일 군 당국에 따르면 22일 오전에도 북한 어선 1척이 서해 NLL을 침범했다가 우리 해군 고속정의 경고통신을 받고 북측으로 돌아갔다. 12, 14, 15, 20, 21일에 이어 이달에만 6번째 NLL 침범으로 21일에는 우리 군의 경고사격까지 있었다. 조선중앙통신은 22일 인민군 서남전선사령부 보도를 통해 “(북한이 아닌) 다른 나라 어선의 어로작업을 구실로 군사적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고 NLL 침범 사실을 부인하고 “남은 것은 강력한 타격행동뿐”이라고 위협했다.
군 당국은 이러한 북한의 움직임이 의도적으로 NLL을 침범해 도발한 제1 연평해전 때와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21일 경고사격 때 북한의 경비정(어업지도선)은 어선들 뒤에서 관망했고, 22일 어선이 월선했을 때도 꽃게 조업에 적극적인 모습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단순히 꽃게 수확을 위한 것이 아니라 도발의지가 확실한 것으로 간주해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1999년 6월에도 북한 경비정들이 꽃게잡이 어선 보호를 내세워 서해 NLL 침범을 반복하다 우리 해군과 교전을 벌인 끝에 반파된 채 퇴각한 제1 연평해전이 발발했다. 이는 2002년 제2 연평해전으로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의도가 한국과 미국의 대선을 앞두고 불안감을 조성해 현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를 부각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김열수 성신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거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한 도발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섣불리 도발해 스스로 국제 여론을 악화시키는 자충수를 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현 국제 정세상 북한이 뭘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도발에 대한) 우리 측의 대응을 살펴보는 정도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이 지속적으로 시도해 온 서해 NLL 무력화라는 다른 목적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2일 조선중앙통신은 “한번 인정받은 적 없는 불법무법의 북방한계선”이라는 언급을 통해 NLL 자체를 부정했다.
한편 지난 9일 북한이 처음으로 인민군 서남전선사령부라는 조직 명칭을 공개한 것에 대해 군 관계자는 “북한이 서해상의 군사 행동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는 것을 내비치기 위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남전선사령부는 2010년 연평도 포격도발을 일으킨 서남전선지구 4군단 등을 관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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