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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드라마, 지상파 아성 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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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드라마, 지상파 아성 넘본다

입력
2012.09.23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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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 공룡' CJ E&M이 드라마 시장에서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1990년대 팬덤 문화를 코믹하게 그려낸 '응답하라 1997'은 분당 최고시청률 9%(TNmS 기준)를 넘기며 화려하게 막을 내렸다. 지상파 평일 미니시리즈 등의 시청률이 평균 12% 전후라는 점에서 9%는 대단한 약진이다. 2월에 시작한 아침드라마 '노란복수초'는 최고시청률 5.99%를 기록하면서 케이블 드라마 최초로 연장 방송되기도 했다. 평일 저녁, 아침드라마까지 전방위로 지상파를 위협하고 있는 셈이다.

CJ 드라마가 두드러진 것은 지난해부터다. CJ가 온미디어를 합병하면서 채널별 특성을 부각시키며 히트작들을 쏟아냈다. CJ의 종합 엔터테인먼트 채널 tvN은 지난해 '로맨스가 필요해', '꽃미남 라면가게'로 월요일과 화요일 저녁시간을 공략했다. 올 초에는 '닥치고 꽃미남 밴드'(월화), '일년에 열두 남자'(수목)로 영역을 확장했다. 2월에 시작한 '노란복수초'로 아침드라마 시장까지 진출했다.

영화 전문채널 OCN은 장르 드라마로 차별화를 꾀했다. 메디컬 범죄 수사극 '신의 퀴즈'와 주인공 흡혈귀가 사건을 파헤치는 '뱀파이어 검사' 등을 시즌제로 제작하면서 기존 지상파에서 볼 수 없었던 시즌제 장르 드라마 영역을 개척했다. CJ 관계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하반기에는 음악채널 엠넷에서도 음악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방송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장동력은 역시 인적, 물적 투자다. CJ의 인적 인프라 중심에는 'PD 전문가집단'이 있다. 단독으로 드라마를 기획해 제작까지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PD들이 이 집단의 구성원이다. 외주제작의 경우에도 집단에 속한 PD를 외주제작사에 파견, 기획부터 필요에 따라서는 캐스팅, 편집까지 관여하면서 제작을 주도한다. 외주제작사에 제작과정 대부분을 맡기는 지상파의 경우보다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 방송 전 촬영 비율을 높일 수 있고, 기획의도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어 작품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게 CJ측의 설명이다.

전체 콘텐츠 제작 및 수입에 투자하는 비용도 지난해보다 720억원을 늘려 3,850억원에 달한다. 드라마 제작 비용만 800억원을 웃돈다. 이같이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올해 들어 총 17편의 드라마를 제작, 방송했다. 이는 지난 2년간 제작했던 드라마 편수(18편)와 거의 맞먹는 수준이다.

또 CJ 드라마가 인기를 끈 것은 지상파에서 보지 못하는 소재에 공감한 10~30대 시청자들의 호응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직설적인 대사와 스킨십 등을 담은'로맨스가 필요해'나 1990년대 문화를 집중 조명한 '응답하라 1997'은 20~30대 여성은 물론, 남성들까지 끌어들였다.

CJ 드라마의 급성장으로 CJ가 드라마를 광고 수단으로 악용하거나 중소 케이블 채널을 고사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으나 전문가들의 생각은 좀 다르다. 김신동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자회사의 상품을 과도하게 노출시키면 오히려 시청자들의 불만이 높아져 역효과를 내기 때문에 일정 수준을 지킬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다만 "케이블 방송사가 지상파보다 제작여건이 열악하니 육성 정책을 펴야 한다거나 심의기준을 낮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다시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매체의 힘이 커지는 만큼 그에 맞는 책임을 지우는 게 합리적이라는 판단이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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