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나눈 대화가 일반에 공개된다. 케네디도서관재단이 케네디 전 대통령의 대화와 통화 내용 등을 녹음한 260시간 분량의 테이프에서 45시간 분량을 추려 오디오 CD 2장과 함께 책을 펴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2일 보도했다.
이라는 제목의 이 책은 케네디가 직접 녹음한 내용을 토대로 했다. 케네디는 여느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백악관 집무실에 녹음 시스템을 설치했는데 1973년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이 시스템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케네디의 딸 캐럴라인과 브라운대 대통령 역사학자인 테드 위드머가 엮은 이 책에는 미국 정치사의 주요 사건 뒤에 숨은 케네디의 속마음과 인간적 면모가 드러나있다. 역사학자들은 녹음 내용을 통해 쿠바 미사일 위기나 베트남전 등 케네디 집권기 사건들을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케네디는 당시 러시아와의 경쟁에 상당한 집착을 보였다. 62년 그는 미 항공우주국(NASA) 책임자를 만나 달에 사람을 보내는 것이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먼저 우주 환경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책임자의 말에 케네디는 "난 우주에는 관심 없네, 오로지 러시아를 이기는 게 중요해"라고 대답했다. 냉전 시기 케네디의 강박관념은 러시아와 경쟁하던 운동경기로까지 확대됐다. 그는 63년 3월 미국 하키팀이 스웨덴에 완패하자 과거 하키 선수였던 친구에게 전화해 "이봐, 대체 누굴 경기에 내보낸 거지? 소녀들?"이라고 불평했다. 같은 해 어느 날 그는 우울한 목소리로 미국이 베트남전쟁에 책임이 있다며 녹음기에 대고 남모를 죄책감을 고백하기도 했다.
케네디의 녹음 시스템은 그가 암살된 직후 해체됐으며 케네디 일가는 이후 테이프들을 보관하고 있다가 76년 국립공문서관에 넘겼다. 이후 테이프를 넘겨받은 케네디도서관은 83년 역사학자들을 동원해 음성을 글로 받아 적고 기밀내용을 제거하는 오랜 작업을 거쳐 책을 출간했다. 케네디도서관 책임자인 토머스 푸트넘은 "이 책을 통해 역사의 원재료를 접할 수 있다"며 "역사 자료를 한데 묶어 주석을 달고 역사학자들이 각각의 대화에 설명을 덧붙여 책으로 출판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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