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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성폭력 친고죄 폐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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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장 "성폭력 친고죄 폐지해야"

입력
2012.09.2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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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장이 성폭력범죄 가해자를 피해자의 고소가 없으면 처벌할 수 없는 친고죄 조항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양 대법원장은 23일 취임 1주년을 맞아 KBS '일요진단' 프로그램에 출연해 "성폭력범죄에 대해 양형이 낮다고 느끼는 것은 법이 강간죄를 친고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친고죄를 폐지하게 되면 법관들의 양형도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 대법원장은 "(현행) 법은 강간에 대해 부녀자 개인에 대한 법익을 침해하는 것으로 보고 피해자의 동의 없이는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며 "그러나 성폭력범죄는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를 어지럽히는 무서운 범죄로 인식되는 만큼 친고제를 적용할 근거가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양 대법원장의 이같은 발언이 알려지자 즉각 공식 입장을 내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장의 발언 중 친고죄 폐지는 개인적 생각이고, 법원의 공식적인 입장이거나 법원 차원에서 그러한 내용의 입법을 추진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법원이 향후 어떤 입법 정책 과정을 고려해 (양 대법원장의 발언을 통해 특정 의도를) 전달하려고 한 것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신중한 법원의 입장과 달리 정부의 친고죄 폐지 작업은 속도를 내고 있다. 법무부는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 이후 친고죄 폐지 여론이 높아지자, 친고죄 조항 폐지 효과에 대한 연구용역을 의뢰하고 해외 입법례를 분석하고 있다. 현재 19세 미만 아동ㆍ청소년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의 친고죄 조항은 이미 폐지됐지만 성인 대상 성범죄의 친고죄 조항은 남아있다.

외국의 경우 성범죄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일본도 친고죄 폐지를 위한 절차가 한창이다. 일본 정부 전문가회의인 '여성에 대한 폭력에 관한 전문조사회'(회장 쓰지무라 미요코 도호쿠대 대학원 교수)는 지난 7월 성범죄 대책 강화안을 통해 "이미 정신적 피해를 본 피해자가 또 다시 고소라는 판단을 내려야 하고, 부모가 미성년 자녀를 성폭행했을 경우 (피해 자녀의 고소 여부에 대한) 주체적인 판단이 어렵다"는 등 이유를 들어 친고죄 조항 폐지를 법무성에 건의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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