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의 3D변환 한미합작투자사업 적절성 등에 대한 조사를 끝낸 광주시의회 행정사무조사특별위원회(특위)가 강운태 시장의 책임론을 거론하며 시의회 의장에게 강 시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검토할 것을 주문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1일 68일간의 활동을 마친 특위는 "이번 사업은 행정의 난맥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총체적 부실사업"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특위는 "강 시장이 사업의 총괄적 책임자로서 지도ㆍ감독 소홀에 따른 책임이 있다"며 "시의회 의장은 변호사 자문을 거쳐 법적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특위 조사결과 한미합작법인인 갬코 설립(2011년 2월) 이전인 1월에 투자금(50만 달러)이 송금이 됐는데도 강 시장이 이를 모고 있었고, 사업주체인 광주문화콘텐츠투자법인(GCIC)은 계약을 위반한 미국 측 파트너 K2AM에 투자금반환청구소송은 하지도 않고 되레 상호면책계약을 맺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위의 다소 이례적인 행보를 둘러싸고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단 강 시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거론했다는 점에서 특위가 투자자금(650만 달러ㆍ70억여원) 송금 및 손실과정에서 강 시장의 책임을 물을 만한 무언가를 찾았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위가 아무런 '팩트'도 없이 법적 조치를 요구했겠느냐는 것이다. 특위 주변에서 "GCIC가 3D변환 원천기술도 없는 K2AM에 650만 달러를 송금하는 과정에 강 시장이 어떤 식으로든 관련돼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같은 맥락에서 강 시장 아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 확대를 유도하기 위한 노림수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시의 합작사업 추진과정 등에 강 시장 아들이 관련됐을 것이라는 심증을 갖고 있는 특위가 이를 입증할 증거를 찾는데 한계에 부딪치자, 강 시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통해 자연스럽게 이 부분의 검찰 수사를 이끌어내려 한다는 가설이다. 이는 감사원의 수사의뢰로 합작사업 전반을 수사 중인 검찰에 대한'견제구'로 해석될 수도 있다.
시청 주변에선 "강 시장이 2010년 10월 국내 3D업체인 K사 대표 박모씨의 소개로 재미동포인 K2AM 대표이사 등을 만났는데, 그 무렵 강 시장의 아들이 박씨의 회사에 근무했었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특위는 지난 4일 "한미합작투자사업은 강 시장 측근과 강 시장 아들이 개입돼 추진됐다"며 강 시장에 대한 증인 출석을 요구했으나 강 시장은 이를 거부한 바 있다.
그러나 특위의 강 시장에 대한 법적 조치 요구 발언은 '정치적 제스처'라는 해석도 만만찮다. 조사 활동 내내 강 시장과 대립각을 세웠던 특위가 강 시장을 흠집내기 위해 정치 공세를 펼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시의회 안팎에선 의장이 강 시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한다고 하더라도 의회 의결을 거쳐야 한데다, 설령 이를 안건으로 상정하더라도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자치단체장에 대해 정책 실패를 이유로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을 모를 리 없을 특위가 강 시장에 대한 법적 조치 요구라는 카드를 꺼낸 데는 강 시장의 특위 증인 출석 거부 등에 대한 일종의 앙갚음 성격이 짙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시장을 법적 조치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의장에게 요구한 것은 황당무계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며 "시장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비난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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