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선들이 21일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남측 해역을 침범했다가 우리 해군의 경고 사격을 받고 되돌아갔다. 우리 군이 NLL을 월선한 북한 어선에 경고 사격을 가한 것은 2010년 11월 3일 이후 처음이다. 서해 NLL 일대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군 당국은 "북한 어선 6척이 이날 오전 11시44분부터 순차적으로 서해 연평도 서북쪽 NLL을 0.9~1.2㎞ 정도 넘어 우리 해역을 침범했다"며 "오후 3시쯤부터 해군 고속정 2척을 NLL 인근까지 기동시켜 각각 두 차례에 걸쳐 경고 통신 및 경고 사격을 한 결과 오후 4시쯤 북한 어선들이 모두 퇴각했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고속정이 보유한 20㎜ 벌컨포 수십 발을 북한 어선이 인지할 수 있는 해상에 발사했다"며 "북한군의 특이동향은 없었고 해안포도 포문을 연 상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군이 이날 무력 조치를 취한 것은 이 달 들어 다섯 차례나 반복된 북한 어선들의 월선 행위가 의도적인 것일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 때문이다. 북한 어선은 지난 12일 14회, 14일 13회, 15일 8회, 20일 2회 등 최근 열흘 동안 43차례 이상 NLL을 0.7~2.2㎞가량 넘어왔다.
군은 지난 12일 북한 어선이 7척씩 무리를 지어 두 차례 NLL 남측 해역으로 내려왔을 때만 해도 조업 중 단순 침범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런 행위가 거듭되자 북한군이 어선을 내세워 도발 명분을 축적하려는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우리 군이 어선을 나포하는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면 이를 빌미로 도발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 북한 어선들은 우리 해군의 경고 통신에도 장시간 머물다가 퇴각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주로 연안 지역에서 조업하던 북한의 꽃게잡이 배들이 NLL 근처로 나오는 일 자체가 이례적인데다, 지난달까지 어선들의 NLL 접근을 철저히 통제하던 북한 경비정이 이 달 들어 NLL 월선 어선들에 대해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군은 북한의 이런 행위에 대응해 NLL 이남 해상에 초계 함정을 증강 배치하고 육상 포병 화력도 즉각 대응 태세를 유지하는 한편 전투기 초계 활동도 강화했다. 정승조 합동참모의장과 제임스 서먼 한미연합사령관은 이날 전화 회의를 갖고 북한군의 도발에 대비해 정보자산(정보 수집ㆍ관리 수단)을 증강 운용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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