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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가장 위험한 책'

입력
2012.09.21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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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험한 책/ 크리스토퍼 B. 크레브스 지음ㆍ이시은 옮김ㆍ

민음인 발행ㆍ376쪽ㆍ1만 7,000원

고대 로마의 역사가 타키투스가 쓴 <게르마니아> 는 게르마니아 지역에 사는 여러 이민족들의 기원과 관습, 사회상을 간결하게 서술(필사본으로 30쪽도 안 된다)한 라틴어 문헌이다. 이 책이 20세기 유대인 대학살의 근거가 될 줄을, 그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으리라. <게르마니아> 는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책 중 하나가 됐을까.

미국 하버드대의 고전학자인 크리스토퍼 B. 크레브스가 쓴 <가장 위험한 책> 은 그 전말을 밝힌 역작이다. <게르마니아> 에 관련된 문헌을 열 나라에서 샅샅이 찾아내고 라틴어 히브리어 독일어 등 자신의 모든 언어 역량을 동원해서 썼다.

타키투스가 그려낸 게르만족은 충성스럽고 강인하지만 문화와 교양이 없는 야만인에 가까웠다. 필사로 전하다가 수세기 동안 자취를 감췄던 이 책은 15세기 로마에서 필사본이 발견되면서 위험하게 전용되기 시작한다. 교황 비오 2세를 비롯한 이탈리아 성직자들은 독일을 수탈하고 전쟁에 동원하기 위해 타키투스가 묘사한 '미개한 게르만인'을 강조했다. 반면 독일 지식인들과 권력자들은 게르만족의 미덕을 부각시켜 민족정신을 고취시켰다. 이같은 이데올로기적 접근은 나치가 집권하면서 최악의 절정에 이른다. <게르마니아> 는 나치의 바이블이 됐다. 나치는'고귀한 게르만족'의 순혈성을 강조하며 유대인 600만명을 바퀴벌레처럼 박멸했다.

고대 로마부터 나치 독일까지 <게르마니아> 가 오독과 왜곡을 거치면서 현실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을 치밀하게 추적한 끝에 저자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결국 가장 위험한 책은 로마 역사가 타키투스가 쓴 것이 아니라 그의 독자들이 그렇게 만들어 냈던 것이다."

원서는 2011년 나왔다. '대중적이고 지적인 역사물의 전범', '드라마틱한 탐정소설 같다' 는 호평을 받은 책이다.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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