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가 살게 된 집에 작은 뜰이 하나 딸려 있어 가끔 쪼그려 앉아 별을 올려다보곤 한다. 나무도 두어 그루, 잔디도 뾰족뾰족 올라 제법 풀냄새를 일으키는 바, 불쑥 밟은 그것에 향이 있어 맡아보면 쑥이고도 그랬다.
내가 우연히 뜯은 그것이 쑥이었을 때의 낯섦, 그러나 그 살아 있음의 묘한 생경함... 그 얼마 되지도 않은 땅을 가지고 난 뒤부터 나는 사소하면서도 즐거운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고작해야 집안 인테리어만 고심해봤지 풀과 나무와 꽃의 동선을 잡아주는 일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컴퍼스의 주인이 된 적 없었기 때문이다.
가드닝에 대한 책을 잔뜩 사들였다. 문화 자체가 서구로부터 유입된 거라 뭐랄까, 대입 자체가 쉽지 않았다. 내가 다녀본 우리 선조들의 정원 또한 다시금 되새김질해보았으나 내가 가진 땅이란 게 손바닥만했다. 그래서 떠올린 것, 나는 어떤 식물을 좋아하는가, 였고 순간 내 앞을 스쳐간 게 연이었다.
왜 연이 좋으냐고는 말할 수 없으나 그저 갖고 싶다 할 적에 연은 사랑이었을 거다. 욕심을 부려 연을 샀다. 돌확까지 다 주세요 했는데 돈 7만원에 마당 가득 녹음이었다. 아침 저녁 바라만 봐도 행복했고 비가 내리면 더 내려라, 후두둑 물을 맞는 연잎의 심정이곤 했다. 장날에 시장에 가니 꽃 팔러 나온 용달차가 꽤 줄을 잇고 있었다. 꽃이 예뻐 꽃을 샀다. 이 당연한 걸 왜 이리 놓치는지.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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