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5일은 인천상륙작전 62주년이었다. 이날 맥아더장군 동상 헌화에 이어 월미도에서 당시 상황을 재연하는 ‘인천상륙작전 전승기념행사’가 열렸다. 인천시민들은 맥아더장군과 유엔군들에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른바 종북 세력들은 6년만에 또 맥아더장군 동상 타도를 들고 나왔다. 이들 ‘맥아더동상타도특위’ 회원 10여명은 지난달 동상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고 “맥아더 장군은 한국 전쟁 당시 수백만의 무고한 양민 학살을 명령한 장본인이므로 동상을 철거해 잘못된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면서 관련 유인물을 뿌렸다. 그러면서 “이제 민중이 정의행동으로 침략과 학살의 원흉 맥아더 동상을 타도하고 민중이 주인되는 새 세상을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맥아더 동상 철거 논란은 2002년 미군 장갑차 여중생 압사 사건으로 촉발된 반미 감정을 이용해 종북단체들이 맥아더장군 동상 주변에서 집회를 열고 동상 철거를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철거를 주장하는 종북세력들과 이를 저지하기 위한 보수단체들의 대결은 이념의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북한은 자신들이 일으킨 6·25 전쟁의 승리가 맥아더장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물거품이 됐다고 보고 맥아더를 민족해방을 방해한 제1의 원수(怨讐}로 칭한다. 따라서 동상 파괴는 당연하고 미군철수도 해야 된다는 주장을 수십년째 변하지 않고 해오고 있다.
종북세력들은 북한의 이런 주장을 그대로 답습하며 북의 전위대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의 노동신문이 6월5일 “종미주의자들은 악랄한 반공화국모략소동을 일으키고 파쑈광들이 모략과 술책으로 색깔론 광풍을 일으킨다” 고 보도하자, 다음날 종북단체는 “친미친일 종속정권의 중대한 오판이며 보수세력의 마녀사냥이 횡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6ㆍ15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 12주년과 관련해 북의 6ㆍ15 우리민족끼리가 “6ㆍ15선언 이행을 가로막고 있는 이명박 패당을 정벌하기 위해 전민족적인 총공세를 과감히 벌려야 한다”라고 발표하자 같은 날 종북세력들이 “신공안정국 분쇄하고 조국의 자주 평화 통일을 실현하는 길에 함께 투쟁할 것을 천명한다”라고 주장했다.
연례행사인 한미군사합동훈련 UFG에 대해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달 초 “침략적 야망을 드러낸 망동, 새 전쟁의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위험천만한 행위이며, 방어훈련 주장은 허구에 불과하다”고 보도하자 종북세력들은 “방어연습은 거짓이고, 북한 공습 및 북한정권 붕괴를 목적으로 하는 선제공격 훈련으로 한반도 전쟁위기를 높이고 있다”고 화답했다.
이제 남한의 일부 종북세력들은 국회까지 입성하는 등 세력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에게 북한의 6·25전쟁은 38선 이남 남조선공산당 수십만명의 지지를 예상하고 자신 있게 일으킨 것이다. 김정은도 꼭두각시처럼 자신의 구호를 따라하는 남한의 일부 추종세력들을 무한히 신뢰하고 든든한 버팀목으로 여길 것이다.
과거 김일성도 개혁·개방의 희망을 가졌었다. 중국의 개혁을 보고 준비를 했었으나 천안문사태, 동ㆍ서독 통일, 소련의 해체 등 동구 사회주의권의 몰락을 보고 문을 다시 잠궜다. 1994년 김일성의 갑작스런 사망 이후 북한에 다시 한번 개혁·개방의 호기가 있었으나 김정일은 개혁·개방 대신에 핵을 믿고 ‘선군정치’, ‘강성대국’을 선택했다.
이제 세 번째 기회가 찾아 왔다. 김정일이 지난 해 사망하고 젊은 김정은에 전권이 쥐어졌다. 이후 강성 군부가 제거되는 등 여러 가지 개혁의 조짐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남한의 종북세력들이 계속 김정은을 향한 ‘꼭두각시’ 놀음을 하는 한 개혁·개방의 희망은 줄어든다. 절호의 기회에 김정은이 오판하지 않도록 종북세력들의 경거망동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강승규 고려대 북한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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