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에스에이 투데이(USA Today)는 미국 유일의 전국 종합 일간지다. 이 신문은 중립적 정치 성향, 사진과 그래픽을 과감히 사용하는 화려한 레이아웃과 편집, 대중의 흥미를 끄는 기사로 구독률 1위를 기록해왔다. 그런 ‘1등 신문’이 지난주 제호, 판형만 빼고 싹 바뀌었다. 신문만 바뀐 게 아니다. 인터넷 홈페이지 개편은 물론 계열 신문ㆍ방송사들이 협업하는 뉴스룸 구축, 소셜미디어와 지면의 연계 작업도 시작했다.
대변신의 이유는 간단하다. 더 이상 기존의 신문제작 방식만으로는 지속적인 성장과 생존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유선ㆍ모바일 인터넷 기반의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독자 수는 떨어지고 광고 수입도 줄었다. 소셜미디어는 기존 언론을 능가할 만큼 위력적이다. 뉴스에 대한 독자들의 눈높이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 변화에 대처하려면 ‘언론 유전자’를 빼곤 모두 바꿔야 한다고 이 신문은 판단한 것이다.
비단 이 신문뿐만 아니다. 전 세계 신문은 모두 디지털 미디어 시대가 몰고 온 변화의 바람에 휩싸여 있다. 이달 초 우크라이나에서 열린 세계신문협회(WAN) 총회 및 세계편집인포럼(WEF)은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영미권은 물론 아프리카의 작은 신문부터 남미와 동남아시아의 신문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혁신적인 변화를 모색 중이었다. 어떤 신문은 성큼성큼 걷고 어떤 신문은 조심스레 한발 한발 내딛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바뀌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은 공통적이었다.
직면한 위기상황에 대한 세계 신문 업계의 진단은 한결같지만 각 신문들이 내린 처방은 각양각색이다. 물론 ‘이것이 정답’이라고 할 만큼 충분히 검증됐거나 전체 신문에 보편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모델은 아직 드물다. 하지만 조금씩 변화의 성과가 나타나면서 향후 미디어 산업 지형도를 예측할 수 있는 분명한 흐름이 포착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 중 온라인 뉴스 유료화는 세계 신문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현상이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3월 온라인 뉴스 유료화 시행 이후 최근까지 5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다행히 신문 구독자수나 광고 수입도 크게 줄지 않았다. 물론 뉴욕타임스 사례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신문마다 처한 현실과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콘텐츠 유료화가 궁극적 방향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에 최적화한 뉴스 제작ㆍ공급에 사활을 거는 것도 뚜렷한 흐름이다. 아예 종이를 포기하는 신문도 나타나고 있다. 디지털 뉴스와 신문 뉴스의 유기적인 제작과 신문, 방송, 인터넷, 모바일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한 뉴스 공급을 위해 내부 조직을 개편하고 편집국을 통합뉴스룸 형태로 전환하는 신문도 증가하고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뉴스 취재와 공급, 대중과의 소통은 기자들이 반드시 해야 할 필수 활동으로 굳어진 지 오래다.
종이신문의 변화를 시도하는 것도 공통적이다. 편집 디자인을 강화해 신문의 시각적 측면을 더 강조하고 ‘느리지만 깊이 있는’ 뉴스를 만드는데 집중하고 있다. “고급 잡지 같은 신문”으로 디지털 미디어와 경쟁하자는 목소리가 높은 것은 그런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행사에 모인 언론인들은 이런 외양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자세로 권력을 감시ㆍ비판하는 저널리즘 정신은 변하지 말아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저널리즘 정신이 신문 따로, 디지털 미디어 따로일 리 없으며, 독자들이 뉴스와 만나는 채널이 다양해지고 정보가 넘칠수록 저널리즘 정신에 투철한 매체만이 독자의 신뢰와 사업적 성공을 거머쥘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언론, 우리 독자들은 과연 어떤 선택을 할까. 인터넷 포털에 기대어 검색어 뉴스나 낚시 기사를 쏟아내는 식의 행태를 지속할까, 아니면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에서도 저널리즘 정신을 꽃피울까. 결과는 현명한 독자들의 엄지 손가락에 달려 있다.
황상진 부국장 겸 디지털뉴스부장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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