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림보 마음/문태준 지음/마음의숲 발행ㆍ400쪽ㆍ1만3,000원
시인 문태준씨가 산문집 <느림보 마음> 을 냈다. 2009년 같은 제목의 첫 산문집에 30여 편의 글을 더 추가했다. 이번 개정판 서문에서 시인은 '새로 산문집을 준비하는 것보다 앞서 쓴 산문집에 보태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에 이르렀다'며 '앞으로도 혹여 새로이 잡문들을 쓰게 된다면 이 책에 보태어 수정판을 펴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느림보>
자신의 내력과 일상을 담담하게 소개한 짧은 산문을 통해 시인은 삶, 비움, 느림에 대한 생각을 들려준다. 최근 그의 시에서 선보이는 불교적 사유도 이 산문집에 스며있다. 예컨대 단 하루도 거르지 않는 강변 산책과 시간이 날 때마다 읽는 7세기 아르킬로코스 조각에 쓰인 시구를 통해 시인은 '우리가 매양 접하게 되는 마음의 굴곡과 변덕스러움을 극복하고 언제나 변함없는 마음을 갖추라'는 깨달음을 얻게 된다.
영화 '시'와 '하하하'를 보면서는 '시의 정신 그 한 자락은 온유(溫柔)에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자신의 시론을 펼치기도 한다. '온유는 엇갈림과 메마름과 척진 것을 보살핀다. 우리가 이 시대에 시를 그리워하는 이유 또한 온유의 그 무른 마음을 바라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시보다 조금 더 긴 말을 눌변으로 내어놓았다'는 시인의 말처럼 산문 역시 한편의 시처럼 깊게 울린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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