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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국 공동출판 '평화그림책' 작가들 한자리에…"한중일 어린이에 평화의 메시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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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국 공동출판 '평화그림책' 작가들 한자리에…"한중일 어린이에 평화의 메시지를"

입력
2012.09.21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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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왜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전쟁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하지 않나요?""일본에도 많은 목소리가 있지만 그런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에요. 그래서 이런 기획이 더 필요하죠."

20일 서울 남산 '문학의 집' 산림문학관. 한중일 3개국 그림책 작가 7명과 150명의 독자들이 만나 '평화그림책 북콘서트'를 열었다. 2010년 6월 3일 출간된 <꽃할머니> 이후 '평화'를 주제로 한 그림책을 그려 온 작가들이 독자들과 만나 평화를 얘기하고 우의를 다지기 위한 자리이다.

이 자리에는 한국의 권윤덕(52) 정승각(51) 김환영(53) 이억배(52)씨, 일본의 하마다 게이코(65) 다시마 세이조(72ㆍ이상 일본)씨, 중국의 야오홍(51)씨가 참석했다. 과거사와 영토문제로 3국이 어느 때보다도 긴장과 갈등의 파고가 높은 시점에서 만난 이들은 독자들이 대답하기 껄끄러운 질문을 던질 때에도 솔직하고 진지한 태도로 답변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3개국 출간기획은 일본에 번역출간된 정승각씨의 그림이 실린 <강아지똥> 을 본 일본 작가 4명이 2006년 봄에 정 씨에게 공동출간을 제안하는 편지를 보내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일본의 근대 침략전쟁을 반성하고 이에 대한 국가 차원의 사죄와 피해 배상을 하지 않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며 "한·중·일 3국의 그림책 작가들이 함께 어린이들에게 평화의 의미와 가치를 전하는 책을 만들자"고 제안했고 정씨가 흔쾌히 받아들여 한국 작가들을 모았다.

한국과 일본작가들은 토론회를 가졌고, 일본 작가들은 서대문 형무소를 방문하기도 했다. 이후 중국 작가들이 합류해 2007년 11월 중국 난징에 모였다. 이들은 세 나라의 공동 기획, 편집, 출판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12권의 그림책을 내기로 하고 출판사로 한국의 사계절, 일본 도신샤, 중국 이린을 선정했다.

출간작업은 현재 5권을 낸 후 약간 답보상태에 빠졌다. 특히 최근 한중일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곳곳에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위안부 문제를 다룬 권윤덕씨의 <꽃할머니> 는 2년 전 한국에서 나왔지만 일본 출간이 거듭 미뤄지고 있다. 당초 번역을 맡았던 재일 아동문학가 변기자씨가 지난 2월 사망해 변씨의 딸이 인계를 받았으나 이후 한일 관계가 경색되면서 출간이 보류된 상태이다. 위안부들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부분에 대해 일본 출판사 측이 소송 등을 우려해 번역에 신중을 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당국도 이 책에서 게재된 위안부 분포지도와 <비무장지대에 봄이 오면> (이억배)에서 38선 표시된 부분에 대해 중국의 영토 경계선이 명확하지 않다며 문제삼고 있어 책이 나오지 않았다. 이 부분은 자료로 대체하거나 수정하는 것을 논의 중이다.

지금까지 나온 책은 <꽃할머니> 외에 북에 있는 고향에 가고 싶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비무장지대에 봄이오면> (이억배), 평화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담은 <평화란 어떤 걸까?> (하마다 게이코), 평범한 일상을 앗아가는 전쟁을 고발한 <경극이 사라진 날> (야오홍), 전쟁터에서 죽은 병사의 영혼이 세상을 내려다 보며 전쟁의 어리석음을 일깨우는 <내 목소리가 들리나요> (다시마 세이조) 등이다.

정씨는 "출판이 돼도 얼마나 팔릴지 보장도 없고 수 차례 만남과 메일 등 회신에 회신을 거듭하는 지난한 과정이었지만 평화를 염원하는 뜻을 모았기에 가능했다"며 "앞으로 난관이 있겠지만 3국 작가들 모두 끝까지 해보자는 결의와 의지가 굳어서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지은 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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