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정치쇄신ㆍ정치개혁을 수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 신당 창당이나 민주통합당 입당 여부와 정책 등 대해선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대권 도전 명분을 강조하면서도 대선 진로와 현안에 대해서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함으로써 여야 정치권과는 다른 '제3지대 후보'임을 자임한 것이다.
'제 3후보'로 출발선에
안 원장은 대선 출마를 결심한 이유로 정치쇄신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들었다. 그는 '경청 투어'를 통해 만난 시민들의 얘기를 "국민의 삶을 외면하고, 국민을 분열시키고, 국민을 무시하고, 서로 싸우기만 하는 정치에 실망하고 절망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민심이 자신을 출마로 이끌었다는 얘기이다.
안 원장은 이어 "국민의 반을 적으로 돌리면서 통합을 외치는 건 위선"이라는 말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나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의 차이를 부각시켰다. 이들 후보의 정치는 편가르기 정치인 반면 자신의 정치는 '덧셈ㆍ통합 정치'가 될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국정운영이나 정치 경험이 전무하다'는 비판에 대해선 현 정치권을 구체제로 규정한 뒤 "정치 경험이 많은 게 좋은 건지 모르겠다"고 정면으로 맞받았다. 그러면서 '디지털 마인드'와 '수평적 리더십'을 본인의 강점으로 내세웠다.
"현 시점 후보단일화 논의 부적절"
안 원장은 정치쇄신에 대한 분명한 의지를 표명한 것과 달리 최대 관심사인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에 대해선 시종일관 안개 화법을 구사했다. 그는 일단 단일화 논의를 위한 전제조건부터 제시했다. 정치권의 혁신과 국민의 동의 등 두 가지 조건이었다. 그러면서 "이들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화 논의를 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못박았다.
이는 민주당이 최근 문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발판으로 단일화 시기와 방법 등을 압박해오는 듯한 상황에 제동을 걸기 위한 것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출마를 선언하면서 단일화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할 경우 중도낙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안 원장은 단일화 문제와 관련해서도 제3의 후보임을 분명히 했다. 원론적으로나마 정권교체의 대의나 필요성을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현 집권세력의 정치적 확장성을 반대한다"고 말했던 지난해 9월 언론 인터뷰 내용이 유효한지 여부를 묻는 질문 등에 대해선 동문서답으로 비켜갔다. 이에 대해 정치권 일부 관계자는 "안 후보가 호소력 있는 정치쇄신 메시지를 내놓았으나 일부 질문에 대해 초점이 빗나간 답변을 한 것은 실망스럽다"면서 '전략적 모호성 측면에서 그런 것인지 콘텐츠가 부족한 것인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국민들을 실망시켜 드리지 않겠다"고 말해 야권 후보 단일화 추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했지만 단일화 추진을 분명하게 약속하지는 않았다. 따라서 우선 야권 후보 단일화가 실현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안 원장이 섣불리 단일화에 응하지 않고 단일화 실현 여부와 룰 문제 등을 놓고 문 후보와 치열한 힘겨루기를 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단일화를 추진하더라도 성사 시기는 11월 초∙중순 이후로 늦춰질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창당·민주당 입당도 모호한 입장
안 원장은 신당을 창당할 것인지, 민주당에 입당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안 원장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정당정치는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만 말했을 뿐 새로운 정치를 어떤 통로로 실현할 것인지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열심히 선거활동을 하면 제대로 된 개혁, 민의를 바꾸는 정당으로 거듭날 것으로 본다"는 다소 생뚱맞은 얘기를 했다.
이를 두고 안 원장이 정당 문제에 관해 아직 입장 정리를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자신의 지지가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에 상당 부분 기반해 있는 만큼 무소속 후보로 나설 경우 법적ㆍ현실적 제약이 적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민주당적 보유 문제 등에 대해선 결론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다. 그렇다고 촉박한 일정과 인적ㆍ물질적 여건을 감안할 때 선뜻 신당 창당에 나서기도 어렵다. 안 원장은 일단 독자 무소속 노선으로 출발한 뒤 신당 창당 및 민주당 입당 여부에 대해 고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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