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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계 '예수 결혼설' 논쟁 다시 불붙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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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계 '예수 결혼설' 논쟁 다시 불붙나

입력
2012.09.19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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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내 아내'라는 표현을 썼다고 적힌 파피루스 조각이 공개돼 기독교 초기부터 꾸준히 제기된 예수 결혼설을 놓고 논쟁이 재연될 전망이다.

4세기 때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문서 조각은 크기(7.6㎝X3.8㎝)가 명함과 비슷한 네모꼴로, 한쪽 면에 콥트어로 쓰인 여덟 개 행이 있다. 콥트어는 그리스 문자를 빌린 고대 이집트 언어다. 원래의 문서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라 각 행은 문장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뒷면은 글씨가 흐려 5개 단어만 식별할 수 있다.

문제의 구절은 4행과 5행이다. 4행은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시길 '내 아내는'"으로 번역된다. 예수에게 배우자가 있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5행은 "그녀는 내 제자가 될 수 있다"로 해석되는데 초기 기독교 신비주의 교파인 그노시스파는 예수의 발에 향유를 바르고 회개한 성경 속 여성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제자라는 교리를 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문서가 예수가 결혼을 했는지,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의 부인이자 여제자인지에 관한 논쟁을 재점화할 것"이라며 "특히 예수의 삶을 따라 독신자를 사제로 삼는 가톨릭이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2003년에는 예수가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해 후손을 남겼다는 설정에 바탕한 베스트셀러 소설 가 출간돼 교황청 등 교계의 분노를 샀다.

문서 조각을 공개한 카렌 킹 미국 하버드대 신학대학원 석좌교수는 콥트어 문학 전공자이자 그노시스파 연구 권위자로 18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학회에서 문서 해독 결과를 발표했다. 그는 이 조각이 그리스어로 쓰인 2세기 복음서를 콥트어로 번역해 필사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예수가 결혼했다는 결정적 증거는 아니지만 일부 초기 기독교인들이 그렇게 믿었음을 보여주는 첫 자료"라고 말했다.

킹 교수는 신분 공개를 꺼리는 남성이 재작년 이메일로 콥트어 해독을 요청했고 지난해 12월 연구실을 방문해 문서 조각을 맡겼다고 NYT에 설명했다. 킹 교수는 전문가 2명에게 진본 여부 확인을 의뢰해 "진본이 거의 확실하다"는 소견을 들었다고 밝혔다. 앤마리 라이젠딕 프린스턴대 교수는 "잉크가 번진 모양이나 절취면에 남긴 자국으로 볼 때 위조가 아니다"라는 소견을 냈다. 킹 교수는 "종이를 손상시킬 수 있는 탄소연대측정 대신 분광기로 잉크를 분석해 문서 진위 여부 및 작성 시기를 명확히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학계는 문서 조각이 그노시스파와 관련 있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킹 교수는 "문서의 일부 구절이 그노시스파의 경전인 유다복음 및 마리아복음 속 내용과 놀랍도록 비슷하다"고 말했다. 미국 성서학자 벤 위더링튼은 "3, 4세기 그노시스파 문서는 성관계를 하지 않고 음식 준비, 청소 등의 집안일을 하는 여성 신자를 '자매_부인'이라고 표현하고 있다"며 연관성을 암시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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