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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해양문화재硏 특별전/ 조선시대 홍어장수 문순득의 3년여 동아시아 표류 엿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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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해양문화재硏 특별전/ 조선시대 홍어장수 문순득의 3년여 동아시아 표류 엿보다

입력
2012.09.19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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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 홍어장수 문순득(1777~1847)은 25세이던 1802년 1월 전남 신안군 소흑산도(우이도) 인근에서 홍어를 팔고 돌아오던 중 풍랑을 만났다. 일본 오키나와 류큐까지 표류한 그는 9개월 만에 중국으로 출발했지만, 또다시 풍랑을 만나 표류해 그해 11월 스페인 식민지였던 필리핀 루손섬에 도착했다. 문순득은 8개월 만인 1803년 9월 필리핀을 출발해 마카오와 중국 광둥, 난징, 베이징을 거쳐 1805년 1월 고향 신안 소흑산도로 돌아왔다. 3년 2개월여에 걸친 대장정이었다. 문순득은 귀향 후 최초의 필리핀어 통역관으로 활동하기도 하며 재물을 모았다.

그의 뜻하지 않은 표류 경험은 당시 흑산도로 유배왔던 다산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전해 듣고 그를 인터뷰해 정리한 95쪽 분량의 <표해시말(漂海始末)> 로 기록했다. 정약용은 <경세유표> 에서 문순득이 마카오에서 경험했던 사례를 근거로 조선의 화폐 개혁을 주장했다.

<표해시말> 에는 문순득이 본 210년 전 동아시아 각국의 풍속과 사회상, 언어 등 다양한 정보가 들어있다. 당시 오키나와 지역의 장례문화, 전통의상, 닭싸움을 좋아하는 필리핀 사람들의 생활상, 성당, 가옥구조, 각 나라별 선박구조에 대한 묘사까지 다른 어느 기록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흥미로운 내용이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소장 성낙준)는 '홍어장수 문순득, 아시아를 눈에 담다'라는 주제로 25일부터 11월 25일까지 전남 목포시 남농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기획전시실에서 특별전을 연다.

이번 특별전에는 문순득의 드라마 같은 동아시아 표류 기록인 <표해시말> 을 비롯해 '문순득을 가선대부(종2품에 해당하는 작위)로 임명한다'는 내용의 교지(敎旨), 남평 문씨의 호패, 그의 초상화 등 각종 유품, 일본 오키나와ㆍ필리핀ㆍ마카오의 풍속 관련 유물과 자료 등 150여점이 전시된다. 특히 전시는 문순득의 관점에서 그가 표류하다 머물렀던 지역에서 그가 직접 보거나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을 중심으로 꾸몄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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