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졸업 후 3년 안에 대학에 진학하는 비율(약 43%)이 절반도 안 되는 스웨덴. 그러나 스웨덴의 평생학습 참여율(만 25~64세의 교육참여율)은 73.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이다. 사회생활을 하다가 자신이 하고 싶은 학문이나 직업교육이 있으면 다시 교육을 받는다. 대학진학률보다 평생학습 참여비율이 더 높은 것은 선진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반면 고교 졸업자의 당해 연도 대학진학률만 71.3%(2012년 기준)에 이르는 우리나라는 평생학습 참여율이 32.4%(2011년 기준)로 OECD 27개국 중 20위에 불과하다. 사회에 나가기 전 적성을 찾아볼 기회도 없이 고등교육을 마치고 그 후에는 교육 기회가 거의 없다.
학령인구의 급감으로 한국의 대학교육도 선진국처럼 성인들의 평생교육을 담당하는 기능을 강화하고, 대학 평가에도 이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 대학 수는 총 432개인데 고교 졸업생에게만 의존했다가는 10여년 후 100~150개 안팎의 대학이 사라져야 한다. 고교 졸업생이 올해 64만명에서 2024년에는 39만명으로 대폭 줄어들기 때문이다. 스웨덴은 대학 신입생 5명 중 1명이 30세 이상이며, 미국은 전문대 학생 4명 중 1명이 26세 이상 성인이다. 한국은 전문대 학생 중 26세 이상 비율이 지난해 11.4%에 불과했다.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성화대가 문을 닫으면서 전남 강진 지역 주민들이 상당히 씁쓸해 했다고 전해 들었다"며 "앞으로 많은 대학들이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데 지역주민들의 교육과 문화의 장으로 거듭나는 방식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평생교육이 대학의 '블루오션'"이라며 "향후 대학교육에서 평생교육이 3분의 1정도는 차지해야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화여대 최재천 교수는 "미국의 한 설문조사에서 '은퇴하면 살고 싶은 곳'으로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대학캠퍼스 옆'이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은퇴자들을 외곽으로 내몰아 젊은이와 노인의 생활터전을 구별할 것이 아니라, 은퇴자들이 일정 액수를 대학에 기부하면 대학 강의를 자유롭게 들을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식으로 대학운영을 해야 한다"며 "개인적으로 만난 어르신께 '제 강의에 자리가 비니 오셔서 들으시라'고 해서 강의를 들으러 오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에서 석사 과정 당시, 주말이면 대학을 찾는 시골 농부들의 트럭이 캠퍼스에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이 장관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만큼 지역사회에 대학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평생교육진흥원 최운실 원장은 "현재는 대학들의 평생교육이 취미, 여가, 오락에 치중해 있고 돈벌이에 불과한 실정"이라며 "대학들을 성인 친화형, 지역사회 친화형 평생교육 장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대학평가에 평생교육 지표가 포함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대학 평가에서 취업률이 20%, 재학생충원율이 30%를 차지해, 지나치게 비중이 높기 때문에 이를 줄이고 평생학습 지표를 일부라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학평가를 담당하는 이영선 대학구조개혁위원장은 "대학평가는 학부평가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검토해 볼 만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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