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 눈이 약시라 달리기가 제일 싫다. 초등학교 1학년이던 시절 모둠체육대회를 했다. 우리 모둠이 가장 앞서 나갔지만 내 차례에서 역전패 당했다. '너 때문에 졌잖아.' 친구들의 핀잔에 서러워 울었다. 그때 선생님께서 말하셨다. '너희에게 실망이다. 부족한 점을 서로 돕는 게 모둠체육대회인데 다시는 하지 않겠다.' 선생님 눈가에도 눈물이 비쳤다. 친구들은 사과했고, 우리는 함께 웃었다. 3학년이 된 지금 공부는 물론 부족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네가 있어 빛나는 세상'이라고 가르쳐 주신 선생님, 지켜봐 주세요." (서울 휘봉초 3학년 한웅)
"내 아들은 지적장애가 있다. 장애아 부모에게 가장 무서운 곳은 학교이다. 지난해 아들의 담임 선생님을 처음 만났다. 선생님은 '부족한 점이 있지만 또 다른 면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발달했을 것'이라며 잠재력을 강조하셨다. 정성 어린 지도로 아들은 학습적인 면에서 장애아라고 할 수 없을 만큼 성장했다. 보통 1학년은 학부모들이 청소를 많이 하지만 선생님은 달랐다. 어느 날 아이가 두고 온 물건을 찾으러 갔을 때 선생님 혼자 땀을 뻘뻘 흘리며 교실청소를 하고 있었다. 학부모들이 조를 짜 도우려 해도 '운동하는 겁니다'며 만류했다. 지난해 학부모들이 청소를 한 것은 여름ㆍ겨울방학 개학 전날 딱 두 번이었다. 그 이외에 청소는 늘 선생님 차지였다." (신용산초 2학년 학부모 고모씨)
서울지역사회교육협의회가 올 5월~7월 접수한 '우리 선생님 자랑 글쓰기 대회' 응모작 중 일부의 내용이다. 교권이 무너졌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리지만 자발적으로 글을 써 보낸 학생과 학부모는 1,000명이 넘는다.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선생님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19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한국지역사회교육협의회 강당에서는 입상자 159명과 25명의 자랑스러운 선생님들에 대한 시상식이 열린다. 오주경 서울협의회 사무국장은 "올해로 10년째 대회인데 응모작 수가 가장 많았다"며 "참스승들이 여전히 많다는 사실을 또 한번 느꼈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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