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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이후 죽음까지 그늘진 '실버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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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이후 죽음까지 그늘진 '실버인생'

입력
2012.09.1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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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까지는 문제가 아닌데 80, 90까지 사니까 문제라고."(김상현ㆍ71)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 요양원 가야 하지 않나."(차봉자ㆍ70)

삶이 누구에게나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다. 한국인 평균수명은 줄잡아 80세. 60세에 은퇴해 80세까지 산다면 밥을 먹고 잠을 자는 시간을 빼도 7만 시간이 남는다. 사회, 경제적으로 소외된 노인들에게 이 시간은 공포일 수 있다. KBS 1TV '수요기획'은 은퇴에서 죽음까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노인들의 공포를 조명한다.

15년 전 외환 위기 당시 명예퇴직을 당한 후 하루하루 소일하며 보내고 있는 이응수(70)씨는 최근 들어 우울감이 심해지고 있다. 혼자 지내는 시간을 견디기 위해 퇴직자 모임에도 나가보고 책을 쓸 구상도 해봤지만 반겨주는 이도, 글을 독촉하는 이도 없다. '경제적 IMF'를 극복하고 나니 '심리적 IMF'를 겪고 있는 듯하다.

가족도 없고, 노후대책도 없는 노인들의 정신적 방황은 더욱 심각하다. 사업 실패로 돈도 가족도 없이 쓸쓸한 노후를 보내고 있는 정태권(71)씨는 하루하루 먹고 사는 고통과 외로움 때문에 수 차례 자살시도를 했다.

한국의 노인자살률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높다. 소외된 노인들이 벌인 범죄는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자신의 위치를 찾지 못한 노인들이 가족과 사회에 대한 불만을 범죄로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

프로그램은 퇴직 후에도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사례를 통해 노인들에게 위축되지 말라고 조언한다. "너희 젊음이 너희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소설<은교> 중)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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