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책임총리제'를 들고 나오면서 후보단일화 대상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과의 신경전이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양측의 기 싸움은 '대통령은 내가 할 테니 총리는 당신이 하라'로 압축된다.
문 후보 측 경선 공동선대위원장인 이석현 의원은 17일 "헌법 87조와 94조대로 총리의 장관 제청권 조항 등을 충실히 적용하면 총리가 큰 권한을 갖게 된다"며 "다만 총리가 임기제가 아니어서 대통령이 아무 때나 해임하면 끝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이 국민 앞에 총리의 임기를 약속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문 후보 측에서 안 원장에게 임기가 보장된 총리직을 제의하면서 대선을 러닝메이트 식으로 뛰어달라는 요청인 셈이다.
문 후보 측은 "동양적인 생각으로 보면 아무래도 연장자가 하는 게 맞다"며 "공동정부로 간다면 문 후보가 대통령을 하고 안 원장이 총리를 맡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안 원장 측은 '턱도 없는 이야기'라는 반응이다. 안 원장의 핵심 측근인 금태섭 변호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문 후보가 제안한 책임총리제에 대해 "아닌 말로 대선에 출마하는 사람이 총리 자리를 노리겠냐"고 일축했다. 안 원장이 총리 직에 오르기 위해 큰 결심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의미다.
금 변호사는 안 원장에 대해 "진지하며 썰렁한 농담을 하지 않고, '밀레니엄'시리즈를 다 읽었을 정도로 '추리소설 광'이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문 후보와 안 원장의 '공동 토크 콘서트'를 제안해 눈길을 끌고 있다.
조 교수는 트위터에서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공동 주최로 전국 순회 문재인-안철수 토크 콘서트 '국민에게 문안 드립니다'를 열 것을 공개 제안한다"고 적었다.
조 교수는 이어 "두 분이 각자 뛰면서도 같이 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단일화를 위한 협상이나 담판은 이 행사가 끝난 후에 합시다"라고 썼다.
이에 대해 문 후보 측은 "조 교수의 개인 아이디어인 것 같다"며 "안 원장의 출마 선언 이후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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