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를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부의 알뜰주유소 확대드라이브에 일반 주유소들은 '알뜰주유소 때문에 못 살겠다'고 반발하고 있고, 알뜰주유소 업주들은 그들대로 '주유소만 확대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며 정부의 보완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작년 12월 알뜰주유소 설치 때부터 시작됐던 정부와 주유소업계의 이 같은 공방은 1년이 다 되어가도록 뾰족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상태다.
지식경제부는 17일 경기 안양시 석유공사본사에서 알뜰주유소 업주들과 비공개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는 최근 서울지역 알뜰주유소 1호점인 금천구 시흥동 '형제주유소'가 문을 닫은 데 따른 일종의 대책회의로, 알뜰주유소 출범 이후 정부와 전국 업주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정부는 알뜰주유소를 처음 도입하면서 시중 주유소보다 ℓ당 100원 정도 싸게 판매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100원 저렴'은커녕 오히려 주변의 싼 주유소보다 알뜰주유소가 값이 더 비싼 경우까지 등장한 상황. 가격도 싸지 않고 그렇다고 제휴카드 할인 같은 혜택도 없다 보니, 알뜰주유소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하면서 결국 폐업 주유소까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실제로 형제주유소의 경우, 주변 일반 주유소보다 19~78원 비쌌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식경제부는 "업주의 개인 채무 때문에 주유소를 매각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알뜰주유소 업주들은 "알뜰주유소 정책이 빗나갔기 때문에 결국은 그렇게 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알뜰주유소 업주들은 정부에 공급가격인하를 강력히 요구했다. 현재 알뜰주유소에서 파는 기름은 석유공사가 현대오일뱅크 및 GS칼텍스로부터 시중 공급가보다 40원 가량 싸게 사들여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구조. 하지만 한 알뜰주유소 사장은 "기존 2개 정유사에 계속 의존하는 이상 알뜰주유소 정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며 "공급선을 다변화해 가격을 떨어뜨리지 않고서는 제2의 형제주유소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고 주장했다.
기름값 할인을 위한 제휴카드 체결도 지지부진한 상황. 지경부는 지난 3월부터 ℓ당 최대 100원까지 현금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알뜰주유소 할인 체크카드'를 전국 2,800개 우체국을 통해 발급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발급된 카드는 고작 1만3,000장에 불과하다. 또 다른 알뜰주유소 업주는 "신용카드 제휴할인을 받으면 현실적으로 알뜰주유소보다 일반주유소가 더 싸기 때문에 알뜰주유소가 살아남으려면 제휴카드 확대가 불가피하다"면서 "별로 쓰지도 않는 우체국카드만으로는 턱도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알뜰주유소 업주들의 불만도 불만이지만, 일반 주유소들은 더 화가 난 상황. 올해 7월까지 폐업 신고를 낸 전국 주유소 수가 174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124개)보다 40% 증가하는 등 일반 주유소들의 경영난 폐업이 줄을 잇고 있는데, 그 중심엔 정부가 만든 알뜰주유소가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유소협회 정상필 이사는 "정부가 민간자율시장인 주유소에 인위적으로 끼어들면서 문제가 여기저기서 터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안팎에서 불만이 쏟아져 나오는 데도 정부는 일단 알뜰주유소를 계속 늘려간다는 계획. 현재 721곳인 알뜰주유소를 연말까지 1,000개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않고 정부는 숫자 늘리기에만 급급하고 있다"면서 "알뜰주유소는 알뜰주유소대로, 일반 주유소는 일반 주유소대로 모두가 힘들어 하는 상황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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