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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주년 철도의 날… 최신학 기관사 사고예방 공로 산업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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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주년 철도의 날… 최신학 기관사 사고예방 공로 산업포장

입력
2012.09.1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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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26년의 베테랑 기관사 최신학(55)씨가 아니었다면 일요일이던 6월24일 저녁 TV는 자칫 이런 뉴스로 도배했을 것이다. '동해남부선 경주역을 출발해 부산으로 가던 무궁화호가 탈선, 전복되면서 수 백명의 승객이….'어찌된 사연일까. 17일 여느 때처럼 운행을 위해 경주역에 일찌감치 출근한 그와 통화했다.

최 기관사는 그 날만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고 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쭉 늘어선 철길이 하마터면 핏빛으로 물들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경주역을 떠나 부산 방향으로 한창 속도를 끌어올리고 있는데 70~80m 전방의 왼쪽 레일이 살짝 내려 앉은 듯 보였습니다." 선로가 침하한 것이다. 계속 진행할 경우 열차 탈선 전복으로 대형 참사가 일어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순간이었지만, 300톤 넘는 열차를 세우기엔 남은 거리가 야속할 만큼 짧았다. "오만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입석 승객까지 가세해 열차는 초만원이었다.

"순간 제동을 걸면 선로가 받은 압력이 커져 더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가속만 멈추고 계속 몰았죠." 급한 마음에 제동장치를 작동하기 십상이었지만 충동을 이겨냈다. 열차는 심하게 좌우로 요동치면서 '마의 구간'을 무사히 지나갔다. "마지막 객차까지 통과하는데 15초면 충분할 시간이었지만 하루보다도 더 길게 느껴졌습니다." 결국 그 '하루'가 지나고 객차까지 무사히 통과한 걸 확인하고 나서야 홀로 기관실이 떠나갈 정도로 환호했다.

철도고 출신으로 1996년 부기관사에서 기관사의 자리에 오른 뒤 지구 12바퀴 거리에 해당하는 47만㎞를 달린 그는 당시 15초를 "26년 기관사 생활에서 가장 긴장되고 가슴 벅찬 순간"으로 규정했다.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20분 간격을 두고 최 기관사를 뒤따라오던 열차가 문제였다. 500명의 승객을 태우고 고속으로 달리던 새마을호였다. "정신 없이 관할 역에 무전을 날렸어요. 그런데 일요일이라 시설 담당자가 없다는 거에요. 그래도 무조건 찾아내서 점검을 하라고 했죠. 점검하기 전엔 어떤 열차도 통과시켜선 안 된다고 말이죠." 그의 절박한 호소가 통했는지 다행히 열차운행은 일시 중단됐고, 그로부터 1시간 반 뒤 선로보수작업이 마무리됐다. 최 기관사는 "사람이 선로를 확인하기 전에는 열차를 보내지 않는다는 게 쉽지 않은데, 당시 무전연락을 받은 직원이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해 적절한 조치를 했기 때문에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며 "모두의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최 기관사는 18일 대전 철도트윈타워에서 열리는 113주년 철도의 날 기념행사에서 열차 탈선과 전복 등 대형사고 예방에 기여한 공로로 산업포장을 받는다. 정부는 최 기관사 외에도 철도 안전 운행에 공을 세운 현업 근로자 155명을 포상하며, 준고속열차인 경춘선 ITX-청춘, 분당선 등의 안정적 개통에 기여한 한국철도공사 박민규 차장, 한국교통연구원의 이재훈 박사 등 철도산업발전에 기여한 유공자 13명도 표창한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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