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기대감 탓에 강세였던 낡은 아파트 하락폭 커지고 임대차시장에서 전세 대신 수익률 높은 월세 확산, 비싼 아파트 대신 저렴한 연립ㆍ단독주택 거래 증가
1960년대 경제개발이 본격화한 이후 수십 년 간 투기원리가 지배하던 국내 부동산시장이 대변혁을 맞고 있다. 재건축 기대감 탓에 헌 아파트가 새 아파트보다 비싸고, 단위당 건축비용이 많이 드는 소형에 비해 대형 아파트가 더 비싸며, 임대차시장에서 수익률이 낮은 전세가 월세보다 득세하는 등 경제원리와 맞지 않던 관행들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급속한 저출산ㆍ고령화와 1,000조원을 웃도는 가계부채 등을 감안할 때 1~2인 가구 등을 겨냥한 월세 위주의 임대문화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했다. 문제는 이런 주택시장의 변화가 서민층의 부담을 늘릴 수밖에 없다는 것. 때문에 내 집 마련과 전세입자 지원 위주인 정부의 주택정책을 서민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등 주거 약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관련기사 8면
17일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지역 아파트 121만9,276가구의 입주 시기별 가격 변화를 조사한 결과, 30년 이상 된 아파트가 7.29% 떨어져 하락률이 가장 컸다. 입주 21∼30년 아파트는 5.42%, 11∼20년은 1.79% 떨어졌다. 재건축 기대감으로 투자 수요가 몰렸던 낡은 아파트들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소형평형 의무비율 확대 등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외면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전세 일변도였던 임대차시장도 수익률이 높은 월세 위주로 바뀌고 있다. 지난해 임대차시장의 67%를 점했던 전세 비율은 올 들어 7개월 새 0.9%나 감소했고 앞으로도 계속 줄어들 전망이다.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로 아파트 위주였던 주택 선호도도 변하고 있다. 전체 주택매매 중 단독주택의 비중은 지난해 10.2%에서 올해 7월 11.8%, 연립주택은 3.3%에서 3.6%로 증가했다. 다세대 주택도 같은 기간 12.2%에서 14.8%로 늘었다. 반면 아파트는 71.9%에서 67.1%로 4.8%나 급감했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계획학과 교수는 "그간 실물경제와 따로 놀던 주택시장이 경제학적으로 정상화되고 있다"며 "선진국처럼 월세 위주의 임대차시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서민들의 주거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전월세상한제나 공정임대료제 등의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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