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일부 관계자들은 야권의 대선 후보 단일화 문제를 놓고 경우의 수에 따른 득실 계산을 하고 있다. 박근혜 후보와 맞붙게 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조합 결과에 따라 선거 전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새누리당이 가장 꺼리는 시나리오는 두 사람의 장점이 결합해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되는 경우이다.
새누리당 일부에선 '문재인 대선 후보, 안철수 총리 후보'를 가장 껄끄러운 대진표로 꼽는다. 문 후보의 경쟁력인 제1야당을 기반으로 한 조직력과 안 원장의 반(反)기성정치 이미지를 부각시키면서도 안 원장의 경험 부족에 대한 불안감은 희석시킬 수 있는 조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17일 "말 그대로 강력한 연합군이 될 수 있다"며 "이 경우 2040세대나 중도층 등 박 후보가 새롭게 뺏어올 만한 공간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현실성이 떨어지는 조합"이란 반론도 나온다. 무엇보다 안 원장이 응하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치 고수인 김종필 전 총리도 DJP공동정부에서 뛰쳐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안 원장이 언제 잘릴 줄 모르는 총리를 받겠느냐"고 말했다. 탈(脫) 기성정치를 내세운 안 원장이 민주당 후보를 밀어줄 경우 안 원장의 지지 기반인 무당파층이 과연 움직이겠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안 원장보다 호남에서 지지율이 낮은 문 후보의 본선 득표력도 관건이다. 새누리당으로선 오히려 노무현정부의 실정을 공격할 수 있는 조합이 될 수 있다.
새누리당의 한 인사는 안 원장이 문 후보 지지 의사만 밝히는 '박원순 모델'에 대해서도 "서울시장 보선 당시 안 원장이 무소속이 아닌 민주당 소속 후보를 지지했다면 쉽게 당선됐겠느냐"며 파급력에 의문을 나타냈다.
'안철수 후보, 문재인 총리'에 대해서도 양론이 엇갈린다. 일단 안 원장이 전면에 등장할 경우 기성정치 개혁이란 명분을 선명히 하는 대신 안 원장의 약점인 조직력은 보완할 수 있다는 경계론이 있다.
문제는 대선 후보를 못 낸 불임정당 논란으로 민주당의 분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문 후보가 컨벤션 효과 등으로 지지율이 오른 상태에서 안 원장의 손을 들어 줄 경우 민주당 조직이 고스란히 움직이겠느냐"며 "1 플러스 1이 2가 될 순 없는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무당파층이 기성정당과 손 잡은 안 원장을 이탈할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하고, 검증 차원에서도 정치 초보인 안 원장이 편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한편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야권 단일화에 대해 "묻지마식 권력야합"이라며 문 후보와 안 원장을 동시 타격했다. 황우여 대표는 안 원장을 겨냥해 "무당파에 기반을 둔 한 후보 예정자가 '페이퍼 정당'을 만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정우택 최고위원은 문 후보를 겨냥해 "친노 정부의 부정부패에 대해 분명히 사죄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한편 안 원장을 겨냥해서도 "국민의 정치쇄신 바람을 대권 기회로 활용하려는 한탕주의적 처신"이라고 공격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