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 수입가공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전 서울 용산세무서장 A(57)씨가 경찰 소환 요구에 불응한 채 해외에 머물고 있는 사실이 17일 확인됐다. 특히 A씨는 "해외로 나갈 경우 경찰에 미리 알리겠다"고 밝혔지만 "연차휴가 신청서를 정식으로 제출하라"는 국세청 지시도 무시한 채 해외로 떠난 것으로 알려져 도피 의혹이 일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에 따르면 2010~2011년 성동세무서장 재직 당시 마장동K육류수입가공업체 대표 B씨로부터 탈세를 돕는 대가로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A씨는 이날 오후 2시 경찰에 출석, 조사를 받기로 했지만 나오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변호사를 통해 오늘 출석이 어렵다고 알려왔다"며 "지난달 30일 홍콩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달 20일 A씨를 처음 소환해 조사했지만 출국금지 조치는 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해외로 나갈 경우 반드시 경찰에 미리 얘기하겠다'고 조서에까지 밝혀 출국금지 요청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A씨는 최근 병가를 신청했다가 국세청으로부터 '병가 사유가 안 된다'며 연차휴가를 쓰라는 말을 들었지만 이를 무시, 무단 결근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지난 7일 A씨를 본부 대기 발령 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통상 절차에 따라 세 차례까지 소환을 요구한 뒤 계속 불응하면 A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며 "해외 도주라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검찰이 A씨가 B씨의 법인카드로 라운딩했던 인천 S골프장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 신청을 수색 범위가 너무 넓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기각한 데 이어 핵심 수사 대상자가 제멋대로 해외로 나가 수사가 답보 상태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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