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벵가지 주재 미 영사관 피습 사건을 놓고 미국과 리비아가 해석차를 보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우발적인 사건이라고 강조하지만 리비아 정부는 테러단체가 연루된 계획적 공격이라고 주장한다.
AFP통신에 따르면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 대사는 16일 "극단주의자들이 시위에 가담하면서 사태가 폭력적으로 변했는데 이것은 (무아마르 카다피를 몰아낸) 혁명 이후 리비아에서 매우 빈번한 사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이스 대사는 "지금 단계에서는 이것이 사전 조율된 공격이라 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외신은 우발성을 강조한 그의 발언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이번 사태를 대하는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분석한다. 이번 사태가 미국 외교 정책의 실패 내지 오바마 행정부에 대한 무슬림의 반발 때문이 아니라 선지자 무함마드 모욕 영화 때문에 일어났다는 것이다. 사건의 의미를 축소함으로써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 정책을 문제 삼는 밋 롬니 공화당 후보의 공격을 방어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러나 리비아 정부는 입장이 다르다. 무함마드 알 메가리프 리비아 국회의장은 15일 알자지라방송 인터뷰에서 알카에다를 배후로 지목했고 다음날 미 CBS방송 인터뷰에서는 "이번 공격은 명백히 계획적"이라고 강조했다. 우발적 발생이라고 단정하면 치안 능력 부재를 인정하는 셈이어서 외국 테러단체의 정교한 계획에 무게를 싣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보수 진영도 계획적 테러의 가능성을 높게 본다. 공화당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시위를 하겠다며 로켓포와 수류탄을 가져가는 사람이 어디에 있나"며 "이번 사건을 계획적으로 보지 않는 것이 우스운 일"이라 일축했다.
한편 중동지역 최대 무장단체로 꼽히는 헤즈볼라가 무함마드 모욕 영화를 규탄하기 위한 항의 시위를 독려하면서 중동권 반미 시위가 더욱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헤즈볼라 지도자 하산 나스랄라는 16일 무함마드 모욕 영화를 "살만 루시디의 <악마의 시> 보다 더 악독한 공격"이라 규정하며 일주일간 반미 시위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미국 정부에 이용당할 것을 우려해 미국 공관 공격은 자제할 것을 당부했다. 악마의>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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