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차명계좌' 발언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조현오(57) 전 경찰청장이 노 전 대통령 부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됐다. 조 전 청장이 언급한 차명계좌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고, 조 전 청장은 발언 내용을 전했다는 유력 인사에 대해서도 끝내 밝히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조상철)는 17일 조 전 청장에 대해 사자(死者) 명예훼손 및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치적 이슈로까지 번졌던 이번 사건 수사는 조 전 청장에 대한 고소ㆍ고발이 제기된 지 2년여 만에 마무리됐다.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로 선출된 문재인 후보는 지난해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이 사건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청장은 2010년 3월31일 서울경찰청장 재직 당시 내부 직원들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2009년 5월23일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하기 전날 10만원권 수표가 입금된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돼 자살하기에 이르렀고, 권양숙 여사가 차명계좌를 감추려고 민주당에 특검을 못하게 했다'는 허위사실을 적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조 전 청장은 '대검 중수부가 우리은행 서울 삼청동지점에서 청와대 여직원 두 사람 명의로 된 거액의 차명계좌 2개를 발견했으며, 중수부에서 보관 중인 수사기록에 이러한 내용이 들어 있다'고 주장했지만, 대검에 보관 중인 노 전 대통령 수사기록에는 조 전 청장이 언급한 내용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중수부 기록 중 우리은행 관련 자료의 복사본을 전달받아 분석한 결과 조 전 청장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고 결론내렸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 전 청장이 '차명계좌 관련 내용을 검찰 관계자 2명으로부터 들었다'고 주장하면서도 해당 인사의 인적 사항을 밝히지 않아 당시 수사팀 관계자를 상대로 확인작업을 거쳤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책임자인 이인규 전 중수부장과 수사 검사, 계좌추적 전담 직원에게까지 모두 문의했지만 조 전 청장에게 해당 내용을 전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조 전 청장이 유력 인사에게 들은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조 전 청장은 최근 펴낸 자신의 저서를 통해 "법원에서 차명계좌의 존재를 밝히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사를 통해 조 전 청장의 주장이 허위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에 조 전 청장이 도덕적 비난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 중론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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