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제보호법은 한 직장에서 2년 이상 일한 기간제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고 있다. 17일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고용형태별 패널조사'에 따르면 기간제 노동자의 고용불안은 다소 해소됐지만 노동시장이 '정규직-무기계약직-비정규직'이라는 3중 구조로 고착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정규직 간주'가 절반
패널에 따르면 기간제법 적용노동자 114만5,000명 중 조사 시점인 지난해 7월, 한 직장에서 2년 이상 일한 노동자는 44만2,900명이었다. 이중 같은 직장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거나 다른 직장으로 옮겨 정규직이 된 경우는 3만4,700명으로 7.8%에 불과했다. 무기계약으로 전환된 경우가 35만6,800명으로 80.6%에 달했다. 2년 이하 근속자를 포함한 비정규직법 전체 적용대상 114만5,000명을 놓고 보면, 정규직 전환 비율은 9.9%, 무기계약직까지 합치면 41.1%이다.
법 적용대상 전체의 41.9%인 47만9,900명이 실직을 하거나 일자리를 옮기거나 비경제활동인구로 전환됐다. 이중 26만2,000명(54.6%)이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기존 일자리를 그만뒀다.
다른 일자리도 찾지 못하고 실직한 경우는 6만9,200명(6.0%)이었다. 다시 취업을 한 노동자는 30만7,000명이다.
전체 적용대상 중 다른 직장으로 옮겨 정규직이 되거나 같은 직장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는 11만3,000명이었고, 이보다 2배 가까운 19만1,900명이 기간제보다 근로조건이 열악한 비정규직인 파견노동이나 일일 노동으로 하향됐다.
남성 정규직 전환, 여성 보다 높아
기간제 노동자들의 임금상승률, 근로시간, 사회보험 가입률 등 근로조건은 약간 향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기간 동안 기간제보호법 대상자의 임금상승률은 6.7%로 같은 기간 상용노동자의 임금상승률(5.4%)보다 1.3%포인트 높았다. 이는 이직자의 임금상승률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정규직으로 이직한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은 188만원으로 기간제노동자(159만원)나 기타 비정규직 전환자(153만원)보다 높았다. 고용부는 "기간제 경험이 더 나은 일자리로 나가는 디딤돌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기업규모가 클수록, 남성일수록 정규직이 되기에 유리했다. 100인 이상 기업에서 일하던 기간제 노동자가 같은 회사에서 정규직이 되거나 다른 회사의 정규직으로 옮긴 경우는 12.8%였지만 100인 미만에서 일하던 기간제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비율은 6.4%로 절반에 불과했다. 기간제로 일하던 남성 노동자가 다른 직장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은 21.9%로 여성(17.7%)보다 4.2%포인트 높았다. 한편 기간제노동자중 정규직과 같은 일을 하지만 합리적 이유 없이 임금이나 근로조건을 차별 받을 때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차별시정제도'를 알고 있는 경우는 41.0%에 불과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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