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국의 베벌리힐스'로 불리며 신흥 부촌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경기 성남시 판교동과 운중동 등 서판교 일대. 일요일에도 불구하고 어림잡아 30여 곳에서 신축 공사가 한창이다. 대부분 건축면적 230㎡ 내외의 단독주택들로 대리석과 수입 원목 등 고급 자재를 활용한 독특한 형태의 건물들이었다.
반면 서판교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운중로 주변 상가에는 임대 현수막이 곳곳에 나부끼고 있었다. 상가건물 1층은 그나마 커피숍과 은행 등이 입점해 있지만 2~3층은 대부분 빈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주택가 상가와는 어울리지 않는 IT 관련 사무실 등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개발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서판교 지역 일대 주택단지와 상가단지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판교 단독주택단지는 '탈(脫) 아파트'를 계획하는 30, 40대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판교동과 운중동, 백현동을 중심으로 1,350여 필지의 단독주택 부지가 공급됐고 이중 480여 필지에 단독주택이 들어섰거나 건축 중이다. 나머지 900여 필지 중 상당수는 투자목적으로 판매돼 웃돈을 줘야만 거래가 이뤄질 정도로 인기다.
하지만 서판교 상가 상황은 암울하기만 하다.
서판교 중심상권의 경우 1층은 점포들이 어느 정도 채워졌지만 2층 이상은 상당수가 텅텅 비어있다. S건설이 서판교에서 분양한 6개 상가는 지난해 8월 완공됐는데도 아직 분양률이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다. 분양가를 당초보다 20~30% 낮췄는데도 팔리지 않아 최근 일부 건물 전체를 매물로 내놓기도 했다.
운중동에서 커피 전문점을 운영하는 박모(48)씨는 "서판교는 말 그대로 동네 상권이다 보니 입점할 수 있는 업종이 한정돼 있다"면서 "그런데 상가는 넘쳐나 비어있는 상가에 동네와는 어울리지도 않는 사무실들이 입점해있다"고 설명했다.
서판교 지역 상가 임대가 저조한 이유는 높은 임대료와 공급 과잉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일부 상가의 경우 최초 분양가가 3.3㎡당 최고 8,000만원을 넘어서기도 해 임대료가 덩달아 뛰었기 때문이다. 동네 상권에 비해 과잉 공급도 상가 공실의 원인이 되고 있다.
서판교 지역 H부동산 관계자는 "서판교 지역은 배달업종이 주를 이룰 수 밖에 없는데 임대료도 너무 비싸고 상가 수가 필요이상으로 많다"면서 "동네에서 치킨이나 피자, 커피를 팔아 한달 임대료 500만~600만원을 맞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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