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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의 만남] 다큐영화 '미쓰 마마' 주인공 최형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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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의 만남] 다큐영화 '미쓰 마마' 주인공 최형숙

입력
2012.09.1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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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률이 낮아서 걱정이라고 한다.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한다. 그러나 정작 태어난 생명은 안심하고 행복하게 클 수 있는 사회일까. 아이를 낳은 어른은 마음놓고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사회일까. 여기 미혼모가 있다. 말 그대로 결혼은 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사람이다. 분명 한 생명이 탄생하기까지는 남과 여가 있었다. 그러나 남자는 사라지고 여자 혼자서 임신을 받아들였다. 낙태를 결심할 수도 있었다. 태어난 다음에는 입양을 결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 내새끼를 내가 키우겠다고 했다. 그러나 사회는 그를 격려하지도 도와주지도 않는다. 그래도 키운다. 왜? 자식을 사랑하니까. 자식을 위해서라면 힘이 나는 엄마니까. 미혼모들의 이런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미쓰 마마'가 7월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데 이어 10월 18일 전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주인공을 맡은 최형숙(40)씨를 만났다. 그는 미혼모들의 자조모임인 한국미혼모가족협회 기획홍보팀장이기도 하다.

­_어떤 영화에요?

"20대, 30대, 그리고 40대인 미혼모 세 명을 중심으로 아이 키우는 이야기를 담았어요. 결국 우리도 똑 같은 엄마다, 사랑으로 낳았다, 이런 이야기에요. 감독님이 아이 키우는 여자분인데 재작년에 우리 사무실에 와서 그런 영화를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아들이 여섯살 때부터 1년간을 담았어요. 마지막 4개월은 그야말로 생활을 함께 하면서."

_어떻게 혼자서 애를 키울 생각을 했어요?

"서른 두살 때였어요. 임신 3개월 들어섰을 때 병원에 갔어요. 초음파를 보여주시더라고요. 심장이 반짝반짝 뛰고 있어요. 심장이 뛴다는 건 인간이라는 거잖아요. 낳을까 말까 고민은 많이 했어요. 그런데 제가 애도 아니고 책임질 수 있는 나이가 됐잖아요. 그래서 낳기로 했어요."

_보통은 낳기로 하면 남자에게 이야기를 하고 결혼을 하고 살자 그러지 않나요?

"아이아빠랑 2년을 살고 헤어졌어요. 이 사람하고는 절대로 결혼을 할 수 없다는 걸 분명히 알았어요. 그 사람은 자기가 정해놓은 룰 안에서 내가 벗어나는 걸 못 견디고 저는 2남 3녀 막내딸로 엄마 아빠 밑에서 자유롭게 컸어요. 처음에는 고민했지요. 보통 여자 임신했다 그러면 남자들이 발목 잡혔네 그러는데 저는 정말 애 때문에 남자를 다시 만나야 하나 고민했지요. 그런데 웃으면서 만나도 행복할지 모르는 결혼인데 불 보듯 뻔한 결혼을 왜 하겠어요."

_그렇게 결정한 다음에는 고민은 끝났나요?

"가족들은 어떻게 하나 걱정이었어요. 대구가 고향인데 부모님은 시골에 계시고 오빠 한 분이 서울 계셨거든요. 숨길 때까지는 숨겨야 한다고 했으니까 굉장히 불안한 거지요. 낳기로 결정을 하고 나면 키울 것인가 입양을 할 것인가 결정이 또 기다려요. 우리 사회가 결혼도 안하고 아빠도 없으면서 애를 키운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인다는 걸 아니까. 내가 아이를 이렇게 키운다는 게 아이한테 큰 피해가 가는 거 아닐까. 나보다 더 잘 키워줄 수 있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_그래서 처음에는 입양하기로 결정했다고요.

"결정은 낳는 날까지도 못했어요. 하루는 널 떠나보낸다 했다가 그 다음날은 안되겠다 했다가. 입양기관에 상담은 다 받았고 동의서도 썼는데 사인은 안 했어요. 그런데 아이가 예정일보다 빨리 태어난 거예요. 새벽에 아이가 태어났다고 전화를 했더니 입양기관에서 왔고 사인을 하고 데리고 간 거지요. (말을 잠시 멈춤) 8월 12일. 지금도 1년 중에 그 날이 제일 힘들어요. 애기를 처음 안아보고 입양기관에 준 날이잖아요. 애를 보내고는 바로 퇴원했어요. 병원에서도 퇴원하지 말라고 하는데 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엄마가 자식을 보내놓고 밥을 먹을 수가 있을까요? 제가 그때 (기독교계 미혼모 시설인) 애란원에 있었는데 방에 돌아와서 누웠는데 변한 게 아무 것도 없어요. 듣던 라디오 소리 그대로고 밤에 쓰던 육아일기 그대로고,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데 아이만 사라진 거에요. 애를 낳아서 난지도에 버리고 온 거 같았어요. 그래서 애란원 국장님한테 말을 했어요. 그랬더니 그런 마음으로는 살 수 없다고 당장 데리러 가자 그래요. 다음 날 입양기관으로 갔더니 절차상 문제가 있다, 담당 복지사가 휴가를 갔으니 휴가 끝나면 데리러 와라 그래서 2주 뒤에야 아이를 돌려받았어요. 거기 영아원에 딱 우리 아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는 울어도 시간 아니면 분유를 주지 않는대요. 덩그런 방에서 아이 혼자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생각하면 지금도 너무 미안하지요."

_아이는 그런 걸 알고 있나요?

"어차피 세상에 나가면 다 알게 될 테니까 다른 사람한테 듣고 충격을 받는 것보다 아이가 부모로부터 듣는 게 낫다고 생각해서 다 이야기를 해줘요. 미혼모는 부끄러울 게 없다, 너도 아빠 있다, 다만 같이 살지 않을 뿐이다. 애 아빠가 임신 8개월 때부터 알고 있거든요. 작년에 다른 사람과 결혼은 했지만 아이는 정기적으로 만나요. 양육비도 보태주고. 부인도 이런 걸 다 알고요. 제가 미혼모 활동을 2009년부터 하면서 늘 엄마 따라 다니고 '이모들'도 다 엄마 혼자 애 키우는 거 아니까 그게 특별히 나쁘다고 여기지는 않아요. 올해 학교에 들어갔는데 어릴 때 아이들 생각은 부모 생각이잖아요. 다른 부모들의 생각에 따라 아이가 상처를 받을 수도 있겠다 걱정은 되지요."

_원래는 어떤 일을 했어요?

"대학교 3학년 때 친구가 대구 시내에서 웨딩샵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따라갔다가 미용일을 배웠어요. 나중에는 직접 미용실을 운영했어요. 2000년엔가 서울에 올라와서 미용실에서 일하던 중이었어요."

_미용사면 독립적으로 아이 키우기도 쉽지 않아요?

"미혼모에 대한 편견이 그냥 손가락질이 아니에요. 결혼도 안하고 애를 낳는 여자는 성적으로 문란한 여자라는 편견, 그건 뭐 참으라면 참겠어요. 애가 7개월 됐을 때부터 어린이집 보내고 대회도 나가면서 재취업을 준비했어요. 돌 지나자 좋은 조건의 미용실이 나와서 취직을 했고요. 1년 되어서는 더 좋은 데로 옮겼어요. 그런데 거기 직원들이 내 상황을 알게 되자 저한테 들리게 뒷말을 해요. 결국 그만 두었어요. 그때가 아이 입양 보냈다 찾아온 시기보다 더 무서웠어요. 새까만 어둠 속에 아이와 저만 있는 듯한 느낌. 아이를 데리고 전화도 안 터지는 포천의 산장으로 들어갔어요. 가족이요? 가족과는 작년부터야 사이가 좋아져서 연락하고 지내요. 일주일에 한번 후배가 먹을 것을 사다 줘서 버텼는데 그 후배가 언제까지 이럴 거냐고 해서 한달만에 다시 돌아왔어요. 그 후로는 하루 네 시간 이상 잠을 자본 적이 없어요. 아이가 다섯 살 때는 불광동에서, 일하던 미용실을 인수해서 제가 직접 했어요. 처음 거기 취직했을 때 손님들이 결혼했어요 물으면 미혼모라는 걸 밝히는 걸 오너가 싫어하잖아요. 그래서 그냥 '애 하나 있어요' 하고 대답했어요. 그런데 2010년에 한국미혼모가족협회를 만들고 '추적60분'에서 미혼모 문제를 다뤘는데 저를 취재 와서는 상반신은 모자이크를 해주면서 우리 미용실을 좍 찍어서 내보낸 거예요. 그 방송이 나가고 매출이 좍좍 떨어지는데…우리 가게에 와서 예쁘게 하고 가면 되는 거였는데 이 사람이 결혼을 하고 애를 낳았는지 안하고 낳았는지가 왜 문제냐고요."

_미혼모가 되는 분들의 특성이 따로 있어요?

"사랑을 믿는다?(웃음) 양육모는 나이가 좀 있죠. 저희 단체는 평균연령이 27~28세. 그냥 엄마다, 그런 공통점 밖에 없어요. 사실 요즘은 동거도 많이 하잖아요. 결혼식 올리고 혼인신고 안하고 사는 부부도 많고. 어떤 사람은 결혼식을 올렸는데 남자가 혼인신고를 못하게 해요. 신혼여행을 갔다 왔는데 남편이 죽었어요. 그러면 시댁에서 남편 잡아 먹은 년이라고 내쫓아요. 결혼식 했는데 남편이 부도가 나서 잠적을 했어요. 실종신고 내도 법적 배우자 아니니까 할 수 있는 게 없고. 우리나라에서는 아이가 생기면 모든 게 여자의 문제라고 하고 모든 걸 여자가 감당하게 만들어 놓아요. 그러면 여자들이 열심히 책임을 져요. 열심히 책임을 지는데 여자들을 비난만 해요."

_애는 많이 낳으라 그러면서요.

"애를 낳으라고 하면서 애를 낳으면 입양보내라는 거에요. 입양은 정부에서 돈을 줘가면서 지원을 하고 미혼모가 아이를 키우는 것은 빈곤계층만 지원해요. 아이를 가정위탁시설에 맡기면 한 달에 108만원을 시설에 지원해요. 보육원은 104만원인가? 아이를 입양한 가정에는 소득에 상관없이 월 15만원을 줘요. 그런데 미혼모가 아이를 키우면 저소득 한부모 가정인 경우에만 5만원을 줘요. 한달에 120만원 이상 벌어서 기초생활수급자 수준을 벗어나면 이것도 못 받아요. 입양해서 키우면 아이가 15살이 될 때까지 의료보험도 1종이에요. 다문화가정도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학비가 무료잖아요. 국내입양을 하면 입양기관에 국가에서 270만원을 줘요. 해외입양을 하면 양부모한테 2,000만원 정도를 받는 것으로 알아요. 작년에도 1,000명이 넘는 아이가 해외로 갔어요. 엄마로부터 아이를 떼어놓는 정책에 국가가 지원을 하는 거에요. 더구나 사회 분위기를 보세요. 입양해서 키우는 부모는 굉장히 훌륭한 부모에요. 우리는 우리가 낳아서 키우는데 왜 부도덕한 사람 취급을 하캅諮?"

_호주제가 없어지면서 법적인 차별은 없어졌지요?

"네, 성도 엄마 성을 딸 수 있고요. 아버지가 인지를 하면 혼인외 출생자도 아버지로 이름을 올리고 양육비도 책임지게 되어 있어요. 문제는 남자들이 이걸 잘 몰라요. 대학생들한테 '여자가 임신을 했다 그러면 어떻게 할 거냐' 질문하면 '놀랄 일이기는 하지만 결혼해야지요.' 그래요. 여자는 뭐 '네, 결혼하겠습니다' 하고 기다리냐고요. 그냥 아이를 책임지는 아버지 역할을 하면 되는 건데. 가장 흔한 건 아이가 생기면 남자는 '낙태하라'고 하고 여자가 낳겠다고 하면 '낳기로 한 건 너니까 책임도 너 혼자 져라' 그러고는 끝내려고 해요. 여자가 연락할까 봐 주민등록 말소를 하고 사라진 사람도 있고 양육비 주지 않으려고 평생 직업을 구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만 한다는 사람도 있어요. 남자가 자식으로 인지를 안 해 줄 경우 법원에 인지청구를 해서 받아내기도 하지만 그냥 엄마가 혼자 키우겠다 그럴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아이 이름으로 가족관계등록부를 떼면 부모란이 있어서 인지가 안되면 아버지가 공란으로 나와요. 이것도 아이한테는 상처가 될 수 있거든요. 법적으로는 출산휴가도 주게 되어 있어요. 그런데 이게 안 지켜지지요. 잘리니까. 권고사직 시키면 문제가 생기니까 한직으로 보내서 스스로 사표내게 하거나 재계약을 안해주는 거지요. 회원 가운데 출산휴가를 받은 분이 딱 한 분 있는데 결혼할 사람이 외국 나가 있어서 돌아오면 결혼식 올릴 거라고 했대요. 러시아에 유학하고 대기업에서 근무하던 분도 재계약이 안되어서 잘린 다음에는 취직을 못했어요. 자존감이 떨어져서 사회에 나갈 엄두도 안 나는 거지요. 결혼 안하고 아이를 낳았다고 내몰았으면 일은 하게 해줘야 하잖아요."

서화숙선임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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