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네거티브 폭로전, 이번에도 통할까
지난 6일 오후 2시 10분, 새누리당 대선 홍보와 네거티브 대응을 맡고 있는 공보위원들에게 긴급 문자메시지가 전송됐다. '금태섭 오후 3시 기자회견. 회견 내용 파악할 것'이란 내용이었다. 오후 2시 30분, 정준길 공보위원을 제외한 공보위원 9명 전원이 참석한 긴급회의가 열렸다. SNS 파급력을 감안하면 즉각적 대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 금 변호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정 공보위원이 안 원장의 불출마를 종용하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곧이어 서병수 사무총장과 최경환 후보비서실장이 정 위원을 불러 해명을 들었다. 정 위원은 "금 변호사와 친구 사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친구 사이 대화를 과장하는 게 안 원장의 상식정치냐'는 점을 강조한다는 대응 지침이 정해졌다. 금 변호사는 고심 끝에 정 위원과의 통화 내용을 이틀 뒤에 공개하는 전략을 폈다. 반면 새누리당은 금 변호사의 폭로 기자회견 직후 1시간 만에 반박 기자회견을 갖는 '즉각 대응 전략'으로 맞섰다. 이에 따라 "두 사람 중 누구 주장이 더 맞느냐"는 논란이 벌어졌다.
역대 대선에서 대의민주주의 생태계를 교란시켰던 네거티브(Negative) 폭로전이 12월 대선을 앞두고 어김 없이 고개를 들면서 각 캠프에도 '네거티브 주의보'가 내려졌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겨냥한 최태민 목사와의 부적절한 관계설ㆍ출산설과 안철수 원장을 겨냥한 숨겨둔 여인설ㆍ건강 이상설 등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대부분 근거가 없는데도 '도덕성 검증'을 위장해 대중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악소문들이다. 루머 공방이나 폭로전은 각종 이슈를 빨아들여 정책 선거를 힘들게 만들고, 선거를 비정상적으로 유도할 수 있다.
네거티브 선거전은 명확한 증거 없이 상대의 개인 신상 문제 등을 집요하게 공략해 지지율을 떨어뜨리려는 전략이다. 공격 포인트가 단순하고 이성적 설명보다는 감성에 연결될수록 '한 방' 효과가 배가된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14일 "박빙의 선거전에서는 선거일에 임박해 공격을 당한 후보는 제대로 방어도 못하고 치명상을 입게 된다"고 네거티브 선거전의 폐해를 지적했다.
물론 선거는 상대가 있는 게임인 만큼 어느 정도의 네거티브 캠페인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있다. 공직선거법은 '(남이 당선)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도 '선거운동'으로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네거티브'와 '검증'이 이론상으론 구분이 가능하지만 실체가 드러나기 전까진 현실적으로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게다가 네거티브 공방은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를 부추겨 투표 참여 의사를 떨어뜨린다.
경제민주화 추진과 복지 확대 등 여야의 정책 입장이 흡사한 이번 대선에서도 루머 공방전이 위력을 발휘할 공산이 크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이번처럼 절대 지지층과 거부층으로 양분된 양자 구도일수록 같은 편의 결속을 높이고 상대 지지층의 투표 참여율을 떨어뜨리려는 네거티브 공세 유혹이 커진다"고 말했다.
각 캠프의 움직임도 기민하다. 새누리당에선 공보위원들 외에도 국정원ㆍ검찰 출신 정보통의원들의 역할론이 나온다. 안 원장 측의 금태섭 변호사도 페이스북에서 공격적 해명을 주도하는 네거티브 대응팀장 역할을 하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도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 관련 태스크포스를 꾸릴 것으로 알려졌다. 김욱 한국선거학회장은 "언론은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 검증과 상대 진영이 제기한 의혹에 대한 사실 여부 확인을 통해 유권자가 올바르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 "쉿~ 그 얘기 알지"… 여의도발 '說風'이 대선판세 들었다 놨다
여야 정치권 인사들을 둘러싼 소문들은 어떻게 확대재생산될까. 더구나 12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의 유력 대선주자들을 둘러싼 소문이 어느 때보다 많이 흘러나오고 있는 만큼 루머의 출처와 유통 과정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먼저 여의도 정치권의 소문은 1980년대 이후 증권가를 중심으로 자생하기 시작한 '정보클럽'구성원들을 통해서 확대재생산되는 경우가 많다. 당초에는 증권사 직원이 중심이 돼 정치권 관계자 및 대기업 직원 등과 정기적으로 만나 정보를 공유하고 이렇게 공유된 정보를 자신들의 회사에 보고하는 데 활용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정치권 정보의 중요도가 점차 높아지면서 클럽은 더욱 다양화하면서 세분화됐고, 단순히 회사 보고용을 넘어서 또 다른 정보 및 루머 교류의 창구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이들 정보클럽에 참여하는 인사들은 정기적으로 만나 서로 그간 접했던 정보를 내놓고 각자 필요한 데이터를 추려서 가져간다. 이 같은 정보클럽 모임에는 정보를 다루는 정보∙사정기관이나 언론사 관계자들까지도 알음알음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모임은 여야 별로 나뉘며 지역별과 주요 상임위 별로도 크고 작은 정보 공유의 장(場)이 열린다. 수십 개의 정보클럽이 여의도 주변에서 거의 매일 모임을 갖고 있는 셈이다.
한 국회의원 보좌관은 "대기업의 국회 담당 직원과 국회에 파견된 검찰과 경찰 등 사정 기관 관계자들과 만나 각자가 들은 얘기들을 공유한다"면서 "여기서 나눈 얘기들이 며칠 후 증권사 정보지에서 뜨는 것을 종종 본다"고 말했다.
다른 국회의원 전직 보좌관은 "어떤 정보를 내놓았는데 그 분야에 관심을 갖는 기관 인사가 있으면 그가 해당 정보를 내놓은 사람에게 추가로 더욱 내밀한 정보를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이 경우 수고료 차원의 자금이 오가는 경우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들은 정당으로 들어온 제보나 의원실에서 개별적으로 입수한 정보, 소속된 상임위 유관기관 관계자들로부터 전해 듣는 정보를 공개한다. 더구나 여의도 정가는 의원 보좌관들 간, 정당 당직자 간 유대가 무척 끈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사이에서 떠도는 말만 제대로 취합하면 한국 정치의 현주소를 꿰뚫어 볼 수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이들 정보클럽 참가자들은 각자 내놓은 정보를 토대로 정당이나 유력 정치인의 향후 진로 전망에 대해서도 토론을 벌이기도 한다. 1차 정보를 토대로 2차적으로 가공된 새로운 정치권 정보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런 모임을 통해 나온 각종 첩보성 소문들이 소위 '찌라시'라고 불리는 정보지를 통해 일반에 공개되는 경우가 많다.
한 정보지의 사례를 보면 정치와 재계ㆍ금융, 관가, 사회ㆍ언론 등으로 목차를 분류해 휴일을 제외하고 매일 분야별로 적게는 2~ 3개, 많게는 10개 이상의 글이 작성돼 뿌려진다.
이런 정보지를 만드는 업체들은 대부분 군소업체로 알려져 있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인터넷 언론 매체를 소유해 이를 통해 입수한 정보보고 내용을 바탕으로 기사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과거 정보클럽에서 공유된 정보들은 문서를 통해 클럽에 속한 사람들의 내부 보고용으로만 활용됐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이를 제공받을 경우 일정한 금액의 정보료를 내야 했다.
적어도 이 당시만 해도 내부적인 여과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상당히 정제된 정보가 오갔다. 하지만 정보지 유통이 폭넓어지고, 최근에는 온라인 매체의 발달로 메신저 등을 통해 빠른 시간 안에 대량으로 각종 정보들이 유통되면서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은 괴소문들도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또 정보클럽도 다양해지면서 구성원들의 정보 수집 능력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도출된 종합 정보도 함량 미달인 경우도 적지 않다.
이밖에 역으로 정보지 제작업체에게 특정 진영의 부탁을 받고 상대 진영을 공격할 수 있는 소문을 확산시키는 경우도 있다. 한 사정기관 정보 담당자는"정보지의 속성을 역으로 이용해 네거티브 선거전에 활용하려는 경우가 상당수 된다"고 말했다.
증권가 정보지(찌라시)를 분석한 결과 사실로 확인되는 정보는 절반 가량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근거 없는 허위사실이 정보지에 실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때문에 검찰과 경찰은 종종 정보지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찌라시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네거티브 루머 공방의 폐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허위 소문 유통을 감시하고 차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 제보자들 누구에게 정보주나
대선은 상대방을 겨눈 여야 정치권의 '정보 능력'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때문에 각 후보 측은 상대 후보를 겨냥해 치명타를 날릴 중요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정보 전쟁'에 사활을 걸게 된다.
정치권으로 모여드는 정보는 주로 원내대표 등 당내 유력 인사들에게 집중되는 게 보통이다. 평소 의정 활동에서 전투력을 인정받은 의원실에 제보가 몰리게 된다는 것이다.
또 국정원이나 검찰, 경찰, 군 등 정보를 다루는 기관에서 몸담았던 인사들이 지인들을 통해 협조를 얻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재 여당에서는 정보통 의원들로는 이한구 원내대표와 검찰과 국정원을 거친 김회선 의원, 외교안보 분야의 윤상현 의원, 친박계 핵심 인사로 활동하는 김재원 의원 등이 있다.
이전 국회에서는 홍준표 전 대표나 정형근 전 의원 등이 주요 정보를 입수해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저격수로 통하기도 했다.
야권에서는 박지원 원내대표나 이석현 박영선 최재천 의원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박 원내대표의 경우 주요 기관장 후보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해당 인사의 최측근이 아니면 도저히 알 수 없는 정보까지 들고 나와 화제를 만들곤 했다.
한 관계자는 "쓸만한 정보를 쥐더라도 터뜨리기 부담스럽거나 저격수가 돼 부정적인 인상으로 비치기 싫어하는 의원들은 이를 서랍 속에 집어 넣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이 때문에 정보가 몇몇 의원에게 몰리는 이유는 제보자 입장에선 그 정보를 줬을 때 확실하게 터뜨려 줄만한 사람에게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당 차원에서 취득한 정보가 있더라도 이를 정치적으로 잘 엮어서 이슈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의원에게 몰아주는 경향이 있기에 결국 특정 의원실로 정보가 집중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주요 정보통 의원들은 이와 함께 개인 인맥을 통한 정보망을 활용하기도 한다. 국회에 들어오기 전 소속 기관이 정보를 다루는 정부 부처일 경우는 더욱 유리하다. 또 지난 정권에서 인사 등의 이유로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은 지인들로부터도 도움을 얻곤 한다.
가령 정형근 전 의원은 국정원(옛 안기부)에서 오래 활동했던 경력으로, 박지원 원내대표 역시 김대중 정부 시절 구축한 호남 중심 인맥이 그물망 식으로 정보원들로 활용되는 경우가 있다. 대선 정국이 한창 진행되는 때에는 이들 정보통 의원들의 활약이 더욱 두드러진다. 각 후보 캠프는 상대 측에 대한 정보가 입수되면 이를 분석한 뒤 입심이 센 의원들을 통해 공격 무기로 활용하곤 한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 "눈 뜨고도 당한다"… 메가톤급 '舌風'에 수십만표 왔다 갔다
역대 대선에서 상대 후보의 부정적 측면을 폭로하는 네거티브 캠페인이 극성을 부렸다. 폭로 내용도 관권선거 모의부터 후보자 건강, 자녀 병역 면제, 회사 차명소유 의혹 등 상대에 타격이 될 수 있다면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 루머와 폭로전을 활용하는 것은 구전(口傳)을 통한 네거티브 캠페인의 효과가 매우 위력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방과 흑색선전은 오히려 역풍을 맞는 경우도 있었다.
1987년 대선은 16년 만에 직선제로 치러진 선거여서 각종 희한한 소문이 범람했다. 대표적인 것은 "여당인 민주정의당 노태우 후보가 당선을 위해 불상이 새겨진 10원짜리 동전을 만들도록 했다"는 것이었다. 이에 한국은행까지 나서 "불상이 아닌 사자상"이라고 해명하는 해프닝을 빚었다. 당시 통일민주당 김영삼 후보는 여성 편력 관련 흑색선전, 평화민주당 김대중 후보는 색깔론에 시달리는 등 원색적인 소문이 난무했다.
1992년 대선 당시 정주영 국민당 후보 측은 선거를 불과 3일 앞두고 부산 지역 기관장들이 지역감정 부추기기 및 선거 개입 방안을 논의하는 대화를 녹음한 자료를 공개했다. 이른바 '초원복집 도청 사건'이다. 정 후보 측은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를 위한 관권선거 대책회의라고 주장했다. 김 후보를 겨냥한 기획성 폭로였으나 정 후보는 불법 도청에 대한 비판 여론에 역풍을 맞았고 김 후보는 지지표를 결집해 당선됐다.
당시 민주당 김대중 후보는 색깔론에 시달렸고, 77세였던 정주영 후보도 "기저귀를 차고 연설에 나선다"는 등 건강과 관련한 악성 루머에 곤욕을 치렀다.
1997년 제15대 대선을 5개월 앞두고 국민회의 김영환 의원은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의 두 아들 정연∙수연씨의 병역면제 의혹을 제기했다. 이 후보의 장남 정연씨는 신체검사 당시 키 179cm, 몸무게 45kg(면제기준 49kg), 차남 수연씨는 키 165cm, 몸무게 41kg(면제기준 42kg)였는데, 면제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 제기였다. 이 후보는 장남 정연씨를 소록도 자원봉사에 보내고 미국 유학 중인 차남 수연씨를 귀국시켜 신체검사를 공개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등돌린 민심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신한국당은 그 해 10월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의 670억원대 비자금 의혹을 폭로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김영삼 대통령은 검찰 수사를 대선 이후로 보류하면서 이 문제는 더 이상 확대되지 않았다. 이와 함께 당시 74세였던 김 후보는 건강을 둘러싼 악소문들로 시달려야 했다. 그 중 하나는 "김 후보가 당 간부회의 때 (그 해 8월 괌 항공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신기하 의원을 자꾸 찾아서 당직자들이 곤란해 한다"는 '치매설'이 대표적이었고, 다른 하나는 "김 후보가 수십 가지 약을 복용해야 할 정도로 건강이 나쁘다"는 소문이었다. 이를 고리로 신한국당이 김 후보의 건강을 문제 삼자 김 후보는 12월 초 건강진단서를 공개하며 반격했다.
이 때 한나라당을 탈당해 한 때 지지율 1위까지 치고 올라갔던 이인제 국민신당 후보는 김영삼 당시 대통령의 지원설에 의해 결정적으로 곤두박질쳤다. 김 대통령이 수백억원을 지원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결국 근거 없는 괴소문으로 판명났다. 하지만 이미 대세는 기울어진 뒤였다.
2002년 대선에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2차 '병풍'(兵風) 의혹으로 또 한번 수세에 몰리게 된다. 의무부사관 출신 김대업씨가 7월 이 후보의 장남 정연씨의 병역 면제에 이 후보의 부인 한인옥씨가 연루됐다고 주장한 것이다. 김씨는 김도술 전 국군수도통합병원 부사관과 자신의 대화가 담긴 녹음테이프를 검찰에 제출하며 폭로를 이어갔으나 검찰은 10월 이 후보 측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이 후보는 결국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를 추진한 노무현 후보에게 패했다.
2007년 대선에선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겨냥한 BBK 관련 의혹이 핵심이었다. 8월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BBK를 설립한 재미교포 김경준씨가 주가 조작을 통해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과정에서 이 후보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선 본선 과정에서는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측도 "이 후보가 BBK의 실 소유주"라는 의혹을 제기하며 끝까지 공세를 취했다. 이 후보가 도곡동 땅을 차명으로 사들인 뒤 포스코에 압력을 넣어 팔아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겼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검찰은 8월 중간 발표를 통해 "이 후보의 형 이상은씨가 갖고 있던 도곡동 땅의 지분은 이씨가 아닌 제3자의 차명 재산으로 보인다"고 밝혔으나 12월 대선에 임박해 "이 후보가 도곡동 땅의 실 소유주라는 증거가 없다"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 논란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계속됐다.
김회경 기자 hermes@hk.co.kr
■ 후보간 정책차별성 모호… 美 등서도 '흠집내기' 활개
대선 등 주요 선거마다 재연되는 네거티브 공방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일은 아니다. 미국 등 서방 국가에서도 주요 선거 국면마다 상대를 헐뜯는 공격이 활개를 친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에선 일찌감치 TV 광고를 통한 비방전이 전개되고 있다. 민주당 후보로 나선 버락 오바마 대통령 측은 지난 5월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약탈적 기업가, 경제 흡혈귀"로 몰아세우는 광고를 선보였다.
롬니가 사모펀드인 '베인 캐피털'의 최고경영자로 재직할 당시 공장을 폐쇄하고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해 수많은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아갔다는 내용이 골자다.
민주당은 당의 정책과 철학을 유권자에게 설명하는 전당대회에서도 베인 캐피털 관련 의혹을 폭로할 인사를 연단에 세워 롬니 후보에 대한 직접적인 흠집내기에 열을 올렸다.
공화당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롬니 후보는 "오바마 대통령은 흉악범과 정치인이 동일시되는 어두컴컴한 시카고 출신""어린 시절 하와이와 인도네시아 생활을 오래 해서 미국의 구조적 기능을 잘 모른다" 등의 인신공격성 발언을 쏟아냈다. 어투만 보면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더 치졸한 수준의 공격도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미국 대선에서 이 같은 네거티브 광고가 차지하는 비율은 1996년 대선에선 69%대에 이르렀다가 올해 대선에 들어서는 90%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했다. 미국뿐 아니라 일본이나 유럽 국가에서도 상대 당 주요 인사의 정치자금 약점을 들춰내거나 이를 이슈화하는 것이 적잖이 노출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적으로 네거티브 선거 전략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뭘까. 일단 후보별 정책의 차별성이 뚜렷하지 않은 데 있다. 성장이나 복지, 진보나 보수의 경계선이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어 유권자들이 후보의 정책만 보고 선택지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올해 우리나라 대선만 해도 유권자 입장에서 보면 여야 정책이 경제민주화나 보편적 복지 등으로 거의 비슷하게 수렴되기 때문에 정책 대결보다는 상대방을 주저앉히는 네거티브 한방에 현혹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발달도 네거티브를 부추기는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순식간에 이슈가 퍼지는 SNS는 네거티브에 가장 적합한 도구"라면서 "SNS 위기 관리가 대선 막판에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거티브 선거가 횡행할 경우 정책 대결은 실종되고, 정치에 대한 혐오감만 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선거가 있는 곳엔 네거티브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말처럼 전문가들은 어차피 피할 수 없다면 네거티브 공방의 수준을 높여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김형준 명지대 교양학부 교수는 "미국 언론들은 애드워치(Ad Watch)라는 선거광고 감시 또는 비평 보도를 도입해 각 후보자들이 내놓은 광고 메시지의 사실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고 검증한다"면서 "우리 언론도 이런 책임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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