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은 표준말의 보급에 이바지하여야 하며 언어순화에 힘써야 한다.' 방송법 제6조 8항이다. 그만큼 방송이 국민의 언어교육과 습관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바른말 사용을 이렇게 법으로까지 명시해 놓은 것이다. 그러나 요즘 방송의 모습은 어떤가. 외국어 남발은 예사고, 연예인들의 천박한 막말과 비속어를 여과 없이 자막으로 내보내고, 누구보다 신중해야 할 아나운서들까지 인터넷으로 오염된 언어들을 사용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공영방송 KBS가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드라마 제목까지 맞춤법을 무시하고 '차칸 남자'로 버젓이 달았다.
KBS의 변명이 가관이다. 극의 전개과정을 표현한 핵심 단어이기 때문에 뇌 손상으로 기억을 잃은 주인공이 일기장에 '착한'을 잘못 쓴 것을 제목에 그대로 썼다는 것이다. 영화 '말아톤'을 예로 들면서 '차칸'은 "극의 흐름을 반영한 불가피한 오기"라는 변명까지 늘어놓고 있다. 드라마의 흥미와 관심을 위해서라면 제목에서부터 우리말을 함부로 파괴하고 희화화 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는 태도다.
'말아톤' 핑계를 대는 것도 억지에 가깝다. 영화와 달리 방송은 누구나 쉽게 접하고, 아직도 국민 대부분은 방송에서 쓰는 언어는 '표준어'라고 믿고 있다. 한글학회와 국립국어연구원이 KBS에 제목 변경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해당 드라마의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한 것도 공영방송이 지켜야 할 올바른 언어교육 기능을 팽개쳤기 때문이다.
'차칸 남자'뿐만 아니다. 지난 4일 한 시청자가 방송에 부적절한 용어라며 법원에 명칭사용금지신청을 낸 '닥치고 패밀리'도 KBS의 시트콤이다. '닥치고'가 맞춤법에 어긋나지는 않지만 고운말은 아니다. 더구나 '차칸 남자'는 제목은 물론 주인공의 이름(강마루)까지 간접광고를 위한 것이란 의심을 받고 있다. 아나운서실에 한국어연구부를 두고, '바른말 고운말' '우리말 겨루기'같은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KBS는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드라마 제목 하나의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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