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박삼일 일정으로 청송에 와 있다. 일행들과 떨어져 후발주자로 혼자 출발하게 된 나. 검색을 해보니 차가 몇 대 없었다. 고민 끝에 결국 안동 가는 버스에 올랐고 안동버스터미널에서 청송이요, 하며 택시 한 대를 잡아탔다.
초행이었고 사방이 깜깜했고 사투리를 심하게 쓰시는 기사 아저씨와 둘이 한 시간 남짓 꼬불거리는 길에 오르며 나눈 대화라고는 단 두 마디, 청송 좋지요? 네…랄밖에. 워낙 세상이 흉흉하다 보니 온갖 택시를 이용한 범죄들의 사례가 떠오르는 가운데 아저씨를 간간 째려보다 보니 두통이 밀려왔다.
창을 열었다. 알싸한 밤공기를 맡으며 칠흑 같은 어둠 속을 가르며 달려가는 내내 나는 지금 내 인생의 어느 만큼을 달려왔고 달려가는가, 하는 물음 하나와 만나게 되었다. 안개는 자욱했고 길 아래는 낭떠러지고 코는 맵싸해져 울컥, 저 가슴 아래로부터 뜨거운 어떤 것이 치미는데 미치겠는 심정이란.
왜 나는 이런 순간마다 죄다 싶은 기억들로 나는 잘못했다,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지, 되뇔까. 내비게이션에서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말이 무섭게 기사 아저씨가 차를 세웠다. "여 근방인가 본데 한번 둘러보소." 불을 하나 둘 끄고 문을 닫는 술집 하나뿐 일행들은 어디에도 없었다. "돈 주소, 나 그만 갈라요." 그 순간 스멀스멀 올라오는 방귀 냄새라니. "나 똥 마려 죽겠단 말이오." 헉 아저씨, 같이 좀 계셔주면 안 돼요? 나 참, 의심하며 째려볼 땐 언제고!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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