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씨는 2008년 말 A상조회사 영업사원의 권유로 월 5만원씩 불입하는 상조상품에 가입했다. 작년까지 33회에 걸쳐 총 165만원을 납입한 이씨는 경제적인 어려움이 발생하자 계약해지와 환불을 요구했다. 그러나 상조회사 측은 내규 및 약관에 현금 환불이 안 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며 이씨의 요구를 거부했다.
김모씨는 2006년 말 월 4만원씩 60개월간 납부하는 상조상품에 가입한 뒤 50회(총 200만원)를 납입했다. 그러던 중 경제 사정이 나빠져 계약을 해지하려고 했더니, 상조업체는 그간 납부한 돈의 절반이 채 안 되는 96만원만 돌려주겠다고 통보했다. 김씨는 "불과 6분의 1밖에 남지 않은 계약을 해지하는데 위약금이 낸 돈의 50%를 넘는 게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일부 상조업체들의 소비자 기만이 도를 넘고 있다. 할부거래법 상 규정된 계약 해지를 거부하는가 하면 과도한 위약금을 요구하거나, 폐업 후 잠적하는 업체들이 많아 소비자 불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가입자가 350만명이 넘는 등 업계 규모는 날로 커지고 있지만, 그에 걸맞은 소비자 보호는 제대로 안 돼 가입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3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5월 말 현재 법정자본금 3억원 이상을 갖추고 소비자피해보상보험계약을 체결해 시ㆍ도에 등록한 상조업체는 307개이며, 총 가입자 수는 약 351만명에 달한다. 규모가 파악된 267개 상조업체의 작년 말 자산 규모는 1조5,784억원으로 2010년 말에 비해 22.5%나 급증했다.
이처럼 규모는 커졌지만 가입자에 대한 서비스는 여전히 미흡하다. 일부 업체들의 '돈만 벌면 된다'는 식의 행태에 소비자 불만은 해마다 급증세다. 한국소비자원 통계를 보면 2008년 234건이던 소비자 불만이 2009년 374건, 2010년 604건, 2011년 618건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만도 323건이 접수됐다. 작년 7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확대하면 소비자 불만 접수 건수가 711건에 이른다.
유형별로는 계약 해지 거부에 대한 민원이 가장 많았다. 올해 접수된 323건을 분석한 결과, 계약해지 거부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200건(61.9%)으로 압도적이었다. 이미 납부한 금액에 비해 해약환급금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불만도 82건(25.4%)으로 뒤를 이었다.
업체들이 가입자들에게서 돈만 걷은 뒤 폐업ㆍ잠적하는 사례도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 부산에 거주하는 오모씨는 2002년 월 4만원씩 60개월간 총 240만원을 납입하는 상조상품에 가입하고 5년 만에 납입을 완료했다. 올해 초 상을 당한 오씨는 상조서비스를 이용하려고 해당 업체에 연락했으나 이미 폐업한 상태였다. 이 회사는 피해보상보험 등에도 가입하지 않아 오씨는 납입금을 고스란히 날릴 수밖에 없었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일부 영세 상조업체들은 폐업한 뒤 이름만 바꿔 다시 영업하는 경우도 빈번하다"고 말했다.
피해 예방을 위해 소비자원은 피해 공정위 홈페이지에서 가입하려는 상조회사가 선불식 할부거래업으로 등록된 업체인지 반드시 확인할 것을 당부했다. 상조회사의 재무정보는 물론 소비자피해보상보험 혹은 공제에 가입했는지 여부도 살펴봐야 한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소비자원 홈페이지나 언론 등에서 문제 사업자로 이름이 오르내리거나 민원이 자주 발생하는 상조회사는 가급적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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