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성들을 상대로 한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죠? 죄송한 말씀이지만, 당연한 일입니다.”
김정숙(66)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은 13일 작심한 듯 쓴소리를 쏟아냈다. 17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33차 세계여성단체협의회(ICW) 총회를 앞두고 가진
행사 설명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다.
그는 “빈곤, 교육, 환경, 건강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급성장을 이뤄 다른 나라들의 부러움을 받는 한국이지만 유독 여성문제에서만큼은 낙제점”이라며 “이걸 해결하려면 결국 더 많은 여성들이 정책결정 자리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연 설명이 이어졌다. “우리나라는 여성의 권익 보호와 정치 참여 등을 보장하기 위한 성폭력 특별법, 비례대표 여성 할당제 등 제도적 장치들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그런데 이행이 제대로 안 되는 게 문제죠.”여성을 위한 제도들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선 가해자 처벌 등 해당 법 적용에 소극적인 남성들 대신 여성들이 결집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3년마다 총회를 여는 ICW는 1888년 설립된 세계 최초의 글로벌 비정부기구(NGO)로, 여성 지위향상에 노력해온 세계 최대의 여성단체다. 이번 총회 및 여성포럼 주제는 ‘여성의 발전이 인류의 발전’으로 정해졌다. 코지마 솅크 ICW 회장, 겔트루트 몽겔라 범아프리카회의(PAP) 초대 의장, 강경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부대표 등 91개국 1,000여명의 지도자와 운동가 등 여성 전문가들이 대거 참가해 유엔 밀레니엄 개발목표와 여성,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한 양성평등의 가치 등에 대해 머리를 맞대게 된다.
김 회장은 여기에 의제 하나를 최근 추가했다. 확산하고 있는 아동 포르노와 여성의 성 상품화 문제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기로 한 것이다. 그는 “일부 나라의 경우 마을 여성의 배가 불러오면 이웃 남자 어른들이 입도선매 방식으로 그 아이를 산다”며 “학교에 가야 할 7, 8세쯤 되면 그때부터 ‘주인의 노리개’로 살다 죽는 게 이 시대 일부 여성의 삶”이라고 소개했다. 성폭력, 성 상품화 문제가 국내 문제만은 아닌만큼 이번 총회에서 대책을 찾아보겠다는 의미다.
구체적인 계획도 내놓았다. 우선 총회 종반부에 공표될 ‘여성발전을 위한 서울 선언’에 성폭력 처벌강화, 아동 포르노 금지, 여성의 정책결정직 50% 참여, 여성난민의 인권보호 등의 내용이 담길 수 있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김 회장은 “이게 계획대로 되면 세계여성단체협의회가 유엔에 결의안으로 채택하도록 하고, 그러면 국제법 효력도 지닐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여성 문제에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 기회를 잡으려면 우선 총회를 성공적으로 마쳐야겠죠. 많은 분들, 특히 많은 여성들의 성원이 필요합니다.” ICW총회는 22일까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과 프레지던트호텔에서 열리며, 23일 방한 인사들의 비무장지대 방문으로 마무리된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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