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게임 중'이다. 집에서도, 학교와 직장에서도, 지하철에서도 스마트폰 게임에 매달리고 있다. 이쯤 되면 가히 신드롬수준이다. '60초의 마력'으로 단번에 대한민국을 사로잡아, 일약 국민 게임의 반열에 오른 '애니팡'이다.
애니팡은 출시 40일만에 다운로드 1,200만 건을 돌파했다. 국내 스마트폰 사용자 절반은 이 게임을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애플 앱스토어에서 첫 선을 보인 지난 11일 하루 만에 가입자가 100만을 넘어섰다. 앱스토어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대한민국이 애니팡으로 또 다시 하나가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애니팡을 개발한 이정웅(32ㆍ사진) 선데이토즈 대표는 13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통신사 대리점에 갔더니 40대 여성이 '애니팡 할 수 있는 폰으로 바꿔달라'고 하는 것을 보고 인기를 실감했다"고 말했다.
사실 애니팡이 새로운 게임은 아니다. 2007년 이 대표를 포함한 대학동문 3명이 창업해 만든 첫 작품이자, PC에서는 2009년부터 싸이월드를 통해 서비스를 해왔다. 60초 동안 같은 동물 세 개를 가로나 세로로 맞춰 없애면 점수가 올라가는 게임의 원리도 퍼즐게임 명작으로 불리는'비주얼드'의 방식을 따르고 있다. NHN 한게임의 캐주얼게임 개발팀 출신이기도 한 이 대표는 "모바일에서는 단순하고 익숙한 게임일수록 진입장벽을 낮출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뒤늦게 '대박'이 터진 것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과 만나면서다. 이 대표는 "모바일에서 메신저와 캐주얼 게임이 만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카카오톡측을 찾아가 사업을 제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바일에 진출하며 두 가지를 도입한다. 우선 카카오톡의 친구들을 묶어 1주일 단위로 리그를 펼치고 3위안에 들면 메달을 수여한다. 그는 "모르는 사람이 아닌 지인들의 점수를 확인하고 서로 자랑하며 경쟁을 하는 것"이라면 "애니팡을 통해 오랜만에 연락을 주고 받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평범한 게임이 사회관계형서비스(SNS)와 결합되면서 폭발적 시너지를 낸 셈이다.
또 하나는 게임을 하기 위해 필요한 '하트'를 상대에게 선물하는 기능. 여기엔 무언가를 받으려면 먼저 베풀어야 한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그는 "지금까지 게임은 '혼자'에서 '함께'로 진화해왔는데 애니팡을 통해 '나눔'의 단계로 발전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애니팡을 '문지기 게임'이라고 본다. 애니팡 자체의 성공보다 이 게임을 통해 열린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지금껏 '이용자 1,000만 게임'은 10년 전의 카트라이더가 유일했다"며 "카이라이더가 온라인 게임의 시대를 연 것처럼 애니팡을 통해 모바일 게임의 10년 시장이 비로소 열리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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