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의 한 고교 체육교사인 주모(42)씨는 올 초 스노보드를 타다 넘어져 허리를 다쳐 13일간 입원을 했다며 자신이 가입한 상해보험으로 170만원을 탔다. 그러나 그가 실제 병원에 있던 기간은 5일뿐. 나머지 8일은 인근의 한 리조트에서 스키를 즐겼다. 한방병원 사무장으로 있는 지인의 도움으로 입원기간을 부풀려 서류를 허위로 작성한 것이다. 그는 이외에도 2010년 8월부터 올 2월까지 세 차례 같은 수법으로 총 690만원의 보험금을 탔다.
이처럼 다치지 않았으면서도 가짜 입원서류를 만들어 보험금을 타내는 수법으로 보험사기에 가담한 교사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허위로 입원서류를 꾸며 보험금을 챙긴 혐의(사기)로 윤모(33ㆍ여)씨 등 초ㆍ중ㆍ고 교사 14명과 이들을 도운 보험설계사 정모(40)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3일 밝혔다. 교사들을 허위로 입원시켜주고 부당 요양급여금을 챙긴 혐의(사기·사기방조)로 의사 최모(47)씨 등 13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교사들은 2010년 2월부터 2년여간 3~16개의 상해보험에 집중 가입한 뒤 방학기간에 거짓 입원, 총 2억3,000만여원의 보험금을 챙겼다. 이들은 입원 환자로 등록한 후 대부분 집에서 쉬거나 여행을 다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 윤씨는 '수업 중 잦은 칠판 판서로 목과 어깨가 결린다'는 이유로 2010년부터 방학기간에만 5차례에 걸쳐 110일을 입원한 것처럼 꾸며 4,100만원의 보험금을 챙겼다. 16개 상해보험에 가입한 신모(50)씨는 '등산 중 넘어졌다', '관절염이 심해졌다' 등의 이유로 총 2,700만여원의 보험금을 부당 수령했지만 입원 기간 대부분 집에 있었다.
적발된 교사들은 국ㆍ공립 교사 7명, 사립 교사 4명, 기간제 교사가 3명이었으며 지역별로는 경기권 1명, 충청권 2명, 광주ㆍ전라권 8명, 부산ㆍ경상권 3명이었다.
실적 압박에 시달리는 보험설계사도 교사들에게 보험가입과 허위 입원을 권유했고 경영상태가 좋지 않은 병원의 의사들도 불법 입원기록을 만들어준 후에 요양급여를 챙겼다.
경찰은 "보험사기를 저지르는 교사들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보험사들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 받아 검거하게 됐다"며 "적발된 교사가 재직 중인 학교와 관할 시ㆍ도 교육청, 보건복지부 등에 비위사실을 통보하고, 피해 보험사에도 알려 보험금을 환수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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