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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형기자의 청진記] 혼합백신이 없다고? 알고보니 정부지원 접종료 낮아 병원들 이용 기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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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소형기자의 청진記] 혼합백신이 없다고? 알고보니 정부지원 접종료 낮아 병원들 이용 기피

입력
2012.09.13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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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안양에 사는 한 주부가 최근 아기에게 혼합백신을 맞히려고 동네 의원 4곳을 찾아갔는데 모두 거절당했다. 혼합백신이 없다는 이유였다. 올 초부터 혼합백신이 국가필수예방접종으로 정해져 접종 횟수도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들었는데, 막상 병원에선 안 된다고 하니 황당했다. 최근 영ㆍ유아를 둔 엄마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카페에는 혼합백신을 맞혀주는 동네 의원이 어딘지 정보를 공유하는 글이 많다.

엄마들이 말하는 혼합백신은 디프테리아와 파상풍, 백일해 백신(DTaP)과 소아마비 백신(IPV)을 합친 DTaP-IPV다. DTaP와 IPV를 따로 맞으려면 각각 5번, 4번 총 9번 접종해야 하지만, 혼합백신은 4번만 맞으면 된다. 따로 맞기 시작했어도 도중에 혼합백신으로 바꿔도 된다. 의학적으로 의미 있는 부작용도 보고되지 않았다.

보건당국은 혼합백신 보급으로 접종 횟수가 줄면 완전접종률(정해진 횟수를 다 접종한 비율)이 높아져 병 예방에도 효과적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나라 국가필수예방접종 완전접종률은 59.5%로 90%를 훌쩍 넘는 영국과 호주, 80% 가까이 되는 미국에 비해 턱없이 낮다.

그런데 웬일인지 의료계의 반응은 썰렁하다. 특히 일부 개원가에선 정부 정책과 반대로 따로 맞는 백신이 낫다며 기존처럼 접종하라고 권하기도 한다. 실제로 질병관리본부가 파악하고 있는 국내 민간의료기관의 혼합백신 보급률은 40% 수준이다.

병원이 혼합백신 이용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를 보건당국은 접종료(수가) 때문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국가필수예방접종은 환자가 한번 맞을 때마다 정부가 병원에 1만5,000원의 접종료를 지원한다. 백신 종류에 상관 없이 접종 횟수가 많을수록 병원 수익이 느는 구조다. 환자가 DTaP와 IPV를 따로 맞으면 13만5,000원을 지원받지만, 혼합백신을 맞으면 6만원밖에 못 받는 것이다. 그러니 병원 입장에선 굳이 혼합백신을 권할 이유가 없다. 감기나 예방접종 환자가 대부분이거나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개원가라면 더욱 그럴 수 있다.

혼합백신을 한국보다 먼저 도입한 외국도 영국이나 호주처럼 공공의료체계가 확실한 나라 말고는 대부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제도를 개선했다. 독일은 최신 백신의 접종료를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기존 백신보다 올렸다. 미국은 예방할 수 있는 병이 많은 백신을 맞힐수록 병원이 접종료를 더 받도록 했다. 의료계가 자발적으로 혼합백신을 쓰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병원의 선의에만 의존한 채 혼합백신이 널리 보급되길 바라는 건 무리다. 현실적인 보완책이 나오기 전엔 엄마들이 발품을 좀 팔아야겠다. 동네 의원에 혼합백신이 없다면 보건소에 가보길 권한다. 공공의료기관의 혼합백신 보급률은 60%다.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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