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논란을 부른 인혁당 사건 관련 발언을 사실상 수정했다. 박 후보는 그제 이상일 대변인을 통해 "2007년 재심 판결에 대한 사법부의 최종판단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또 "과거 수사기관 등 국가 공권력에 의해 인권이 침해된 사례는 우리나라 현대사의 아픔"이라며 "피해를 입으신 분들의 아픔을 깊이 이해하고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는 사과도 덧붙였다. 이번 언급은 "서로 다른 두 번의 판결이 있었다"는 자신이 발언이 2007년 재심의 무죄 판결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돼 사회적 비난과 피해자 유족의 항의를 부른 데 따른 것이다.
비록 간접적으로 이뤄진 해명과 사과지만 유독 '박정희 시대'에 대해서는 한국사회 보편의 역사인식보다는 개인적 감회에 기울었던 지금까지의 태도에 비해서는 결코 작지 않은 인식의 전환이라 할 만하다. 따라서 이런 역사인식의 전환 내지 수정이 '5ㆍ16'과 '10월 유신' 등으로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계기는 이미 충분하다. 야당의 집중포화가 거듭돼 왔고, 앞으로 대선이 가까울수록 공세 수위는 한층 높아질 게 뻔하다. 그에 대한 사회적 공명 현상에 비추어 여느 때처럼 야당의 트집잡기나 정치공세로 치부하기 어렵다. 그것이 국민 일반의 보편적 역사인식이고, 국가 최고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에게는 당연히 그런 보편적 인식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안에서는 물론이고 박 후보 주변에서까지 그런 인식이 고개를 들 수밖에 없다.
다만 '박정희의 딸'이라는 박 후보의 특별한 상황에 비추어 그에게 요구되는 역사인식은 사회 일각의 진보적 인식은 물론이고 중립적 인식과의 100% 일치는 아니다. '5ㆍ16'이 무력에 의한 권력 획득이고, '10월 유신'이 사실상 '헌법 중단'을 빚었다는 분명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면 나머지 결과적 평가에서는 얼마든지 유연할 수 있다.
역사인식 수정의 형식도 중요하다. 문제가 되는 것은 어디까지나 박 후보개인의 견해인 만큼 정책공약 등의 발표와는 달리 직접 국민에 밝혀야만 원래의 의미가 산다. 마음을 고쳐먹기만 하면 되는 일이어서, 시간을 끌며 따질 까닭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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