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발표한 주택 구입시 취득세 절반 감면과 미분양주택 양도세 면제 적용시기 등을 놓고 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 발표 사흘도 안 돼 정치권 일부에서 적용일 기준 소급을 추진하면서 기준일에 대해 혼선이 빚어지자 부동산 시장에서 거래가 실종된 상태다.
13일 부동산업계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연말까지 주택 거래 때 취득세 50% 감면과 미분양주택 구입시 양도세를 5년 간 면제한다”는 정부 발표 이후 구체적 시행 계획 발표가 늦어지면서 혼란이 확대되고 있다. 중개업소에는 “잔금 계약일을 개정안의 국회 상임위 통과가 예상되는 9월 말이나 10월 초 이후로 연기할 수 없느냐”는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서울 상계동 B공인중개소 직원은 “어제 하루 동안 잔금 치르는 날짜를 연기할 수 없겠느냐는 전화를 3통이나 받았다”고 말했다. 또 법 개정 전에 입주하는 신규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집단적으로 잔금 납부시기 연기를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여기에 정치권은 적용일 기준 소급을 추진하며 시장을 더욱 혼란에 빠뜨렸다. 정부는 당초 대책 발표 때 관련 법안의 국회 상임위 통과일을 적용일로 했다. 그러나 정부 대책과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이 “정부 발표 시점으로 세금 감면 시기를 소급 적용하는 방안을 여야 정책위원회에서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주무 부처인 국토해양부도 “원칙적으로는 상임위 통과일이 기준이지만 소급될 수도 있다”는 어정쩡한 입장을 보여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
이런 가운데 이날 정부는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긴급 시도지사협의회를 열고 지난해 3월 취득세 감면 조치에 따라 발생한 지방세수 감소분을 모두 보전해준다는 조건으로 지방세수 감소분 보전 방안에 의견을 모았다. 이에 따라 관련법 개정안은 1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될 전망이어서, 세금 감면 적용일이 17일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결국 잔금 지불만 남은 주택 구입자는 갈피를 잡을 수가 없는 상황인 셈이다.
여기에 벌써부터 세금 면제 대책 연장을 부동산업계와 건설업계가 강하고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는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또 다른 혼란을 부르고 있다. 실제로 일부 중견 및 중소 건설업체들이 미분양주택 양도세 5년 간 면제 기준이 등기 이전 시점이 아닌 계약금 지불일로 잘못 알고 영업을 하고 있어 향후 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 구매자가 미분양주택 매입시 양도세 혜택을 받으려면 건설사가 지자체에 미분양주택을 증명하는 증빙 서류를 제출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 규정이 없어 건설사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신규 분양업체들은 “준공 후 미분양주택만 혜택을 본다”며 불만이 커지고 있다. 신규분양 주택의 경우 잔금을 치를 시기가 한참 뒤여서 취득세 혜택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동탄2신도시 동시분양에 나선 건설사 관계자는 “1순위에서 청약이 마감됐는데, 이들 청약자는 모두 지금도 양도세 면제 대상자여서 새 대책으로 인한 추가 혜택이 없다”고 말했다. 고성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장은 “이번 부동산 대책 발표 후 구체적 시행계획이 혼선을 빚으며 그나마 있던 거래마저 중단된 상태”라며 “당정 간 협의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도 “잔금을 치러야 할 사람과 미분양주택 구입 의사가 있는 사람 모두 관망세로 돌아서면서 시장이 사실상 마비상태”라며 “최대한 빨리 시행시기 등 보안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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