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절묘한 '타이밍 정치'가 흔들리고 있다. 안 원장은 지지율이 하락하거나 검증 공세가 거세질 때마다 특별한 이벤트로 반전을 시도한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전략 구사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속절없이 하락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경선 후보에게도 크게 밀리면서 이러다 출마를 포기할 상황이 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추락하는 안 원장 지지율
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11일 전국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뒤 12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 원장은 야권 단일 후보 양자 대결에서 34.5%를 기록해 44.2%를 얻은 문 후보에게 무려 9.7% 포인트 차이로 밀렸다. 10일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문 후보가 39.5%로 37.1%에 머문 안 원장을 처음으로 앞섰다.
안 원장의 지지율 하락의 요인으로는 우선 대선 출마 입장을 계속 미루면서 생기는 국민적 피로감이 거론되고 있다. 또 아파트 '딱지' 거래 의혹 제기 등 검증 공세와 불출마 종용 ∙협박 공방에 따른 '구태 정치' 논란 등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문 후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승수를 쌓아가며 컨벤션 효과(전당대회 이후 지지율이 상승하는 효과)로 상승세를 타는 것으로 풀이된다.
타이밍 정치의 흔적
이와 함께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의 타이밍 정치와 관련해 지지율 하락을 입길에 올리고 있다. 타이밍 정치는 7월 대담집 출간과 '힐링캠프' 출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비해 안 원장 지지율은 7~8%포인트 가량 뒤쳐져 있었지만 7월 19일 을 출간하고 23일 힐링캠프에 출연한 이후 전세를 역전시켰다. 연속된 이벤트라는 점에서 고도로 계산된 전략이라는 게 당시 평가였다.
최근 상황도 '의도적 이벤트'라는 의심을 받고 있다. 금태섭 변호사가 6일 '새누리당의 안 원장 불출마 협박' 폭로전에 나선 것이나 11일 안 원장 측이 "민주당 경선 이후 대선 출마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게 모두 상황 역전을 노린 전략이라는 것이다. 실제 6일은 민주당 경선의 하이라이트인 광주ㆍ전남 경선이 열렸지만 안 원장 측 폭로로 인해 문재인 후보의 승리가 관심을 끌지 못했다. 단일화 경쟁에서 문 후보가 안 원장을 앞섰다는 리얼미터의 10일 조사 결과도 안 원장 측의 대선 출마 선언 예고로 묻혀 버렸다.
타이밍도 약효 떨어졌나?
안 원장 측의 맞불작전식 대응이 이어지면서 민주당과 문 후보 캠프도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문 후보 캠프 관계자는 "오비이락이겠지만 민주당 경사 때마다 사사건건 딴지를 건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안 원장의 타이밍 정치에도 불구하고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민주당 지지층은 안 원장의 대응 방식과 관련한 맥락을 생각하고 중도층은 예고편만 거듭하는 안 원장에게 실망해 지지를 철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부 전문가는 "정치세력과 경험이 없는 안 원장이 이 같은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시점에 맞춰 이벤트를 마련하는 전략을 구사해왔으나 이마저 이제 한계에 이른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정곤기자 jk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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