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12일 중국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반도체 산업의 성격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이날 시안 반도체 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권 부회장은 "양해각서 체결 후 반년도 안 돼 기공식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중국이 일 처리를 서둘렀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시안 공장에 총 70억달러(약 7조8,800억원)를 투자해 2014년부터 첨단 10나노급 낸드 플래시 메모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는 한국 기업의 해외 투자 중 가장 큰 규모일 뿐 아니라 중국의 개혁ㆍ개방 이후 외자 기업의 단일 사업 투자로도 최대 규모다.
6월 삼성전자의 사령탑에 오른 권 부회장은 "중국 투자를 결정한 것은 고객의 요구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전세계 전자제품의 대부분이 중국에서 생산된다"며 "가까운 곳에서 반도체가 생산되길 희망하는 기업 고객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이 성장하는 곳에 우리의 위치를 정할 필요가 있다"며 "시안에는 인재가 많고 혜택도 있다"고 덧붙였다.
세간의 관심을 모으는 애플과의 소송전에 대해 권 부회장은 "비즈니스는 감정으로 하는 게 아니라 이성적 판단으로 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삼성전자가 부품과 세트 부문을 나눌 것이라는 분사설과 관련해서는 "그런 계획이 없다"고 부인했다. 시장 전망에 대한 질문에 권 부회장은 "고객 모두 불투명하고 불확실하다고 한다"며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해도 남은 하반기가 썩 좋지는 않을 것이며 내년이라고 획기적으로 좋아질 것으로도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한 분야가 나쁘면 다른 분야가 좋았는데 지금은 모두 나쁘다"고 걱정했다.
이날 시안시 가오신(高新)공업개발구에서는 자오러지(趙樂際) 산시성 서기와 이규형 주중대사를 비롯, 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삼성전자 차세대 낸드 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생산단지 기공식이 진행됐다. 리커창(李克强) 중국 부총리는 축하 서신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과 중국이 정보산업 분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이룩한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시안=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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