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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hankookilbo/ '美선 홀로 하교하거나 도서관 가도 신고' 기사에 이의

입력
2012.09.12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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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는 말이긴 한데 현실감 떨어지는 소리다. 우리나라는 남의 가정사에 쓸데없이 간섭했다가는 봉변당하기 십상인 문화다. 방임 아동이라고 신고했다가 나중에 별일 아닌 걸로 밝혀지면 그 부모한테 욕을 먹는다. 의식구조부터 바뀌지 않는 한 아무도 신고할 사람 없다."(6일자 3면 '美선 홀로 하교하거나 도서관 가도 신고'제하 기사에 대한 JIHH님의 댓글 의견입니다.)

좋은 지적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우리나라는 다른 가정의 일에 관여하기 힘든 분위기가 강합니다. 지역 사회에서 작은 공동체들이 사라져 부모가 자녀 양육의 책임을 오롯이 떠안게 된 상황에서 이웃의 아이를 부모 대신 돌봐 줄 것도 아니면서 다른 부모를 손가락질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 돼버렸습니다.

그래서 아동 방임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가가 방임 부모를 엄하게 처벌함과 동시에 사회적인 돌봄 시스템을 촘촘히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생계 때문에 불가피하게 아이들을 돌보지 못하는 부모도 많은데 그들에게 무조건 '아이를 혼자 두지 마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부모들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지역아동센터, 돌봄 교실 등 아동 돌봄 서비스 체계를 탄탄히 구축해야 합니다. 사회 전체가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죠. 기사에서 사례로 든 영국이나 미국은 이런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에서는 이같은 구조가 마련돼 있기 때문에 아동을 방치하는 부모를 정부에 신고하는 문화도 함께 자리잡았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도 아이 돌봄 구조가 보편적으로 자리잡으면 JIHH님께서 말씀하신 시민들의 '의식 구조'도 자연스럽게 바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돌봄 시스템이 다 갖춰질 때까지 기다릴 수만은 없습니다. 돌봄 서비스의 유무와 상관없이 아동을 방치해 각종 사고나 범죄 등의 위험에 노출시키는 부모가 있다면 당연히 신고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해 학대로 사망한 아동 13명 중 8명(61.5%)이 의식주나 적절한 의료 조치를 제공받지 못해 숨졌습니다. 주변에서 조금만 관심을 가졌다면 이 아동들이 죽음에까지 이르진 않았을 것입니다. 사회 전체가 아동을 안전하게 키울 책임을 공유한다면 방임 아동에 대한 신고는 '부담스러운 고자질'이 아닌 사회 구성원으로서 당연한 '역할'이 될 것입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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