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미성년자가 보유한 주식이 지난해 말 기준 4조원으로 시가총액의 1.4%에 달했다. 막대한 재산을 증여 받은 미성년자가 6,000명에 육박하고 10세 미만 어린이가 50억원 넘는 재산을 증여 받기도 했다. 한국거래소와 국세청 등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증여 받은 19세 이하 미성년자는 5,989명이었고, 이중 10세 미만도 2,213명이나 됐다. 이들의 증여 신고가액은 7,120억원이었고, 1인당 신고가액이 약 1억2,000만원에 달했다. 신고가액이 50억원이 넘는 경우도 6명이었고 2명은 10살 이하였다. 종합부동산세 대상 미성년자도 170여명이었다.
미성년자에게 주식을 미리 증여하는 것은 대개 세금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증여세는 기간과 액수 등에 따라 누진 부과되지만 어린 시절부터 조금씩 물려주면 증여세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주가 상승분에 대한 과세체계가 모호해 주식 증여가 편법상속의 통로가 되고 있다. 이 같은 증여와 상속을 통한 부의 대물림은 재벌기업의 내부거래, 일감몰아주기 등과 함께 사회정의를 해치고, 부의 양극화를 초래하면서 일반인들에게는 박탈감과 위화감을 주고 있다.
법 테두리 안에서 증여가 이루어지는 것을 문제 삼을 순 없겠지만, 이를 용인하는 조세제도는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상속증여세 제도는 법에 밝혀놓은 유형에 해당되는 것만 세금을 물리는 열거주의 방식이다. 하지만 이 유형을 피할 방법이 수없이 많다. 따라서 모든 상속과 증여 행위에 대해 원칙적으로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포괄주의를 도입하고, 증여의 범위를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들이 많다.
또 자신이 벌어들인 재산을 자녀와 손자손녀에게 빠짐없이 대물림하려는 우리의 문화에도 전향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세계 최고 부자의 대열에 들어간 마이크로소프트(MS) 설립자 빌 게이츠는 “세 명의 자녀에게 일정 액수만 남겨주고 나머지 재산은 순차적으로 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우리나라 부자들도 빌 게이츠의 생각과 행동을 한번쯤 새겨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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