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황영식의 세상만사] 안철수의 진퇴양난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황영식의 세상만사] 안철수의 진퇴양난

입력
2012.09.12 12:24
0 0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늘 웃는다. 그런데 요즘 들어 세상을 보람 있게 살아온 사람의 편안한 웃음 대신 씁쓸한 기미가 느껴지는 웃음이 잦아졌다. 입술 사이에서 시작해 턱 양쪽으로 흐르는 팔자 주름도 한결 뚜렷해졌다. 입을 앙다물고 고집스럽게 자기 원칙을 지키려고 애쓰는 사람일수록 깊어지기 쉬운 주름살이다.

18대 대통령 선거가 석 달 여 앞으로 다가온 마당이니 그의 고민과 갈등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애초에 대중의 정치적 기대가 밀려들지만 않았어도 성공한 사회인으로서, 젊은 세대에 삶의 바른 지향을 일러주는 스승으로서 넉넉한 웃음을 잃지 않았을 그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분출한 대중의 기대를 비켜가는 대신 박원순 시장을 공개 지지한 이후로는 쉽사리 정치에서 발을 빼기도 어려워졌다.

그의 '대통령 꿈꾸기'나 정치 안테나 가동이 현재진행형임은 물론이다. 나름대로의 정치 행위를 이어왔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나 문재인 민주당 경선후보의 지지율 등락 그래프의 변곡점에서 정확히 '전략적 침묵'을 깨뜨렸다.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 출간, 새누리당 박 후보 측의 이른바 '불출마 협박' 공개, 민주당 대선후보 확정 직후 자신의 입장을 밝히겠다는 그제 발표가 모두 그랬다. 이보다 더 확고한 출마 의사가 없는데도 형식적 출마 선언을 미루는 것은 최소한의 퇴로를 열어두려는 뜻일 게다.

가장 큰 고민이었을 정당 결성 문제는 포기 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인다. 그의 속마음이 어떻든, 대선이란 거대 정치행사를 치러낼 만한 규모의 정당 결성은 시간적으로 이미 무망해졌다. 정치에서 정당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새삼 말할 것도 없다. 세계적으로 기존 정당에 염증을 느끼거나 이념노선 주파수를 못 맞추는 '무당파' 세력이 크게 늘고, 이들의 힘으로 선거에서 이긴 사례가 잇따랐다. 일본에서 '무당파' 후보의 승리는 다반사이고, 박원순 서울시장도 좋은 예다. 그러나 '무당파'후보의 승리는 특정 도시나 지역이란 공간적 범위를 넘지 못했다. 중앙정치에서 '무당파'의 승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름만의 정당은 '무당파'와 마찬가지다. 과거 신정당(박찬종), 국민통합21(정몽준), 창조한국당(문국현) 등의 정당은 후보의 개인적 인기를 뛰어넘는 집표력(集票力)을 전혀 보이지 못했다. 안 원장에게도 새누리당이나 통합민주당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한 규모의 정당이 필요했겠지만 결국 힘이 부쳤다.

정당 결성의 어려움은 안 원장에게 또 다른 고민을 여럿 안겼다. 전국적 지지도에서 무시해도 그만일 수준이던 문재인 의원의 지지도가 자신과 엇비슷하게 높아졌다. 민주당 경선에서 최종 승리를 거머쥐면 그의 지지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고, 혹시라도 결선투표에서 손학규 전 대표가 뒤집기에 성공하면 이번에는 손 전 대표의 지지도가 급상승하게 마련이다. 말이 '후보 단일화'지, 야권이 자신을 단일후보로 밀어주리란 안 원장의 희망과 자꾸 멀어지는 상황변화다. 단독으로 선거에 나서서 결과적으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도와줄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승리 가능성이 패배 위험성을 압도하지 않는 '후보 단일화'에 선뜻 나서기도 어렵다. 그냥 민주당 지지를 선언하기에는 자신에 쏠린 정치적 기대가 '이당 저당 다 싫다'에서 비롯했음을 잊는 처사가 된다.

'후보 단일화' 경쟁에서 이기더라도 민주당의 조직적 지원과 협력을 확신하기 어렵다는 것도 문제다. 2007년 6ㆍ2 지방선거 경기지사 선거에서 유시민(국민참여당) 후보는 김문수(새누리당) 후보에게 패했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거둔 압승과 뚜렷이 대비된 이 패배의 최대 요인은 단일화 경선에서 진 민주당의 심드렁한 지원이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런 진퇴양난과 갖은 고민이 더 이상 오래갈 수 없고, 결단하는 순간 숱한 번뇌가 연기처럼 꺼지리라는 게 그나마 위안일 듯하다.

황영식 논설위원 yshwa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