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용어 '작전구역'(Theatre of Operations)을 타이틀로 14, 15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펼쳐지는 무대는 가을을 맞아 쏟아지는 굵직한 공연 소식 중에서도 유독 눈길을 끈다. 안무는 프랑스인, 출연진은 한국 무용수들로만 꾸려진 신작이다. 해외 작품 초청 횟수에 비해 자체 기획 비중이 약하다는 평을 들을 만큼 직접 제작에 신중했던 LG아트센터가 공동 제작자로 참여한 작품이다.
화제의 중심에 있는 사람은 무용단 데흐니에르 미뉘트 컴퍼니를 이끄는 안무가 피에르 리갈(39). 기존 무용 어법을 넘어선 신선한 아이디어로 유럽에서 가장 주목 받는 안무가 중 한 사람이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 참가작 '프레스'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무대 리허설에 한창인 리갈을 10일 LG아트센터에서 만났다.
거대한 힘에 맞서는 인간의 모습을 그린 '프레스'에서 그랬듯 그는 '대립과 파괴'라는 주제를 꾸준히 다뤘다. '작전구역'에서는 아예 전쟁을 모티프로 삼았다. "군 과학자들이 특정 생명체 집단을 실험하는 게 주된 내용입니다. 왜 인간은 계속해서 전쟁을 하려 하는지 그 이유를 찾기 위한 실험이죠." 그는 "모순되고 복합성을 띤 인간의 삶이 단적으로 드러난 형국이 전쟁"이라며 "지구 상에 수많은 전쟁이 끊임 없이 일어나는 것도 어떤 이는 전쟁으로 고통 받지만 또 다른 이는 전쟁을 통해 희열을 찾는다는 모순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쟁을 주제로 한 한국 공연이어서 남북 분단 상황을 반영한 것은 아닐까 싶지만 그렇지는 않다. "프랑스는 전쟁이 없지만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내전에 개입하고 있고 시리아의 유혈사태도 심각하죠. 온도차는 있지만 전세계가 전쟁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해요." '작전구역'은 세계 초연이 될 이번 무대 이후 국내 출연진 그대로 11월부터 내년 2월까지 프랑스, 스위스의 10개 도시에서 28회 더 공연한다.
육상선수로 청소년 국가 대표까지 지낸 그는 부상 때문에 23세에 스포츠의 길을 접고 무용으로 진로를 바꿨다. 무용이 복잡한 인생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장르라며 "다시 태어나도 스포츠가 아닌 무용을 먼저 선택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안무는 아름다움만을 추구하지 않는다. 그에게 무용은 빠르고 강하면서 화려한 움직임뿐 아니라 단순하고 때로 천박하기까지 한 몸짓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2010년 국립현대무용단 워크숍에 참여하면서 한국 무용수들과 처음 인연을 가진 그는 이번에 함께 공연을 준비하는 한국 무용수 9명에 대해 "움직임도 배우는 속도도 무척 빠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일찌감치 유럽 공연 프로그래머들에게 한국 무용수의 기량이 매우 뛰어나다고 자랑을 해 놔서 부담이 되기는 하지만 그들을 통해 내가 받는 감동을 관객도 틀림없이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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