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강기갑 대표가 10일 대표직 사퇴 의사를 밝히면서 탈당까지 선언함으로써 신당권파의 대규모 탈당이 시작됐다. 지난 5월부터 비례대표 후보 부정 경선 사태로 극심한 내홍을 겪었던 통합진보당이 결국 분당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과 단결이라는 양팔을 펼치며 최선의 노력을 다 했지만 결국 분당이라는 최악의 사태까지 이르렀다"며 "모두가 제 탓으로 통합진보당의 당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강 대표는 또 '행유부득 반구저기'(行有不得 反求諸己ㆍ'행하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으면 모든 문제를 자신에게서 찾으라'는 뜻)란 구절을 차용해 "구당부득 반구저기(求黨不得 反求諸己)의 책임을 통감하며 당 대표직을 사퇴한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이어 "진보는 분열한다는 역사의 규정을 다시 확인해 버린 이 과오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지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며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뜻도 밝혔다.
강 대표의 탈당 선언으로 신당권파 소속 의원들과 당원들도 탈당 대열에 본격 합류하기 시작했다. 박원석 정진후 서기호 김제남 의원 등 비례대표 의원 4명이 지난 7일 의원총회에서 제명되며 탈당한 데 이어 강동원 노회찬 심상정 등 지역구 의원 3명도 조만간 탈당 의사를 밝힐 계획이다. 아울러 참여당계 당원 3,000여명은 11일쯤 탈당계를 낸다. 이어 인천연합, 통합연대 등 다른 계파의 당원들도 지역별로 탈당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연쇄 탈당이 마무리되면 이들은 조만간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이에 맞서 구당권파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강기갑 대표 사퇴로 공석이 된 대표직에 민병렬 최고위원을 직무대행으로, 이상규 의원을 대변인으로 선임하는 등 당을 재정비하는 수순에 돌입했다. 구당권파는 이와 함께 "신당권파 비례대표 의원 4명을 제명한 지난 7일 의원총회는 무효"라며 이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과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남부지법에 제출했다. 구당권파측이 "평당원이 떠나는 것은 막을 수 없더라도 비례대표 의원들은 의원직을 내놓고 가라"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이에 따라 결별 이후에도 신ㆍ구당권파의 분쟁은 계속될 전망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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