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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자해 공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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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자해 공갈

입력
2012.09.1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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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해(自害)는 자신의 몸에 스스로 상처를 내거나 고통을 주는 행위다. 팔뚝 등을 칼로 그어 상처를 내는 것이 대표적이다. 손톱 물어뜯기, 머리카락이나 털 뽑기, 눈 찌르기, 머리 찧기, 독극물 마시기, 과음 등 유형이 다양하다. 지나친 성형도 자해 심리가 작용한다. 자해를 저지르는 요인은 경계성 인격장애인 경우가 많지만 불안, 우울증, 강박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정신분열 등도 원인이 된다.

■ 심리적 요인으로는 어린 시절의 학대 경험이 흔하다. 고아 빈곤 실업 등 사회적 요인도 자해를 부추긴다. 자폐증 환자의 30% 가량은 눈 찌르기, 주먹 깨물기, 머리 찧기 등의 자해 경향을 보인다. 사회 부적응자 가운데는 도움을 요청하는 무언의 메시지로 자해 행동을 한다. 불안과 자기 혐오, 자신감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 자해를 하는 경우도 많다. 사춘기와 청년기에 많은 자해를 상징적 마스터베이션(masturbation), 자위 행위로 규정한 학자도 있다.

■ 금태섭 변호사의 '협박 폭로' 기자회견을 두고 정치공학적 풀이가 난무한다. 그런 가운데 "자해 공갈"이라는 범죄학적 규정이 눈에 띈다. 공갈은 흔히 거짓말을 이르지만, 형법상으로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겁을 주고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얻는 범죄이다. 예컨대 병을 깨 자기 팔뚝을 긋거나 이마에 상처를 내 피를 흘리며 겁을 주는 행동으로 누군가를 협박하는 짓이다. 스스로 팔다리 뼈를 부러뜨린 뒤 교통사고를 위장해 돈을 뜯어내는 범죄 유형도 있다.

■ 박근혜 캠프의 공보위원이라는 이가 안철수 쪽 참모에게 섣부르게 겁을 준 짓은 어리석고 무모한 자해 공갈로 비친다. 그러나 전략회의까지 했다는 금 변호사의 기자회견은 한층 더 심한 자해 공갈이라고 할 만하다. 공갈 목적이나 실제 얻은 이득보다는 자해의 심리적 요인에 더 관심이 간다. 이를테면 박근혜에 밀리고 문재인에 추격당하는 상황이 불안 우울증 강박장애 등에 이른 게 아닌가 싶다. 정치공학에 몰두하기보다 집단적 심리 상담이 필요할 듯하다.

강병태 논설고문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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