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알 한 알 고집스럽게 고른 사과'(13자), '80년 고목에서 자란 배'(10자), '친환경 자연과 햇살을 머금은 재래김'(15자)….
올 추석 대형마트 카탈로그에는 유독 10자 이상 긴 이름의 선물세트들이 많습니다. 이마트의 경우 신선식품 선물세트의 80%인 160개 품목은 상품명만 봐도 특징을 알 수 있도록 이름을 지었고, 이 중 31개 품목은 10자 이상이라고 합니다.
불과 얼마전만해도 선물세트는 '신고 GOLD(골드)', '명품 왕 사과', '특선 김 VIP'등 단순한 이름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2010년부터 대형마트들이 본격적으로 선물세트 이름 짓기에 나서면서 이제 최대 15자의 상품명까지 등장하게 됐습니다.
대형마트들이 이처럼 상품명을 독특하게 짓는 건 단순히 튀려는 것만은 아닙니다. 불황기를 맞아 판촉사원을 최소로 운영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상품명만 봐도 특징을 알 수 있도록 이름을 지은 것이지요.
실제로 길고 자세한 상품명은 '무인판촉'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이마트의 경우 지난해 추석에는 일반 상품 매출이 7.0% 신장한 것에 반해 상품의 특징을 살려 이름을 지은 상품들의 매출은 20.5%의 신장을 보였다고 합니다. 예컨대 '봉지를 감싸지 않고 재배한 햇살 가득 담은 배'는 햇살을 많이 받아 색이 진하고 당도가 높은 상품의 특징을 잘 살린 제품으로 6,000세트가 조기 완판 됐습니다. 또 한우 1++등급 중에서도 눈꽃처럼 퍼지는 마블링 최고단계인 9등급 상품으로만 엄선한 '한우 마블링 넘버9 구이용' 역시 48만원의 고가에도 100세트가 다 팔렸지요.
이런 인기에 힘입어 이마트는 올해 배 재배 시 영양분과 함께 타우린을 공급한 '타우린 재배 배', 해풍과 바닷물로 재배(삼투압현상)해 당도가 높은 '당진 해풍 사과세트'등 상품명에 특징을 담은 선물세트를 추가로 내놓을 예정입니다.
상품의 특징을 담은 선물세트 출시를 위해 바이어들은 3개월 전부터 세트 이름과 상품 설명까지 기획하고, 카피라이터와 최종 상의 과정을 거친다고 합니다. 나름 치열한 고민 끝에 나온 이름이라는 것이죠.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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